애플, 아이폰 만들때 삼성·LG 참고했나?

by임일곤 기자
2012.09.05 15:44:38

한국제품 사양 비교한 애플 문서 '관심'
아이폰 출시전 작성 미뤄 참고 가능성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삼성전자(005930)를 상대로 글로벌 특허전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아이폰 개발 과정에서 한국 제품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과거에 작성한 ‘3GSM 무역전시회 보고서(3GSM Congress Trade Show Report)’라는 내부 문서에는 아이폰과 삼성전자 ‘F700(울트라스마트)’, LG전자 ‘프라다폰’ 등을 비교한 도면이 비교적 상세히 실려 있다.

전체 51매로 구성된 이 문서는 지난 2006년 2월12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월드 콩그레스’ 전시회 관련 자료를 한데 묶은 것. 애플은 당시 행사에 나온 모바일 기기들의 동향이나 주요 특징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다. 문서에는 삼성과 LG를 비롯해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HTC, 리서치 인 모션(RIM)등 7개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의 30여개 제품 사양이 열거됐다.



이 가운데 한국 제품들을 비교적 자세히 분석해 관심을 모은다. 문서에는 삼성전자의 ‘울트라 스마트 F700’ 및 LG전자 프라다폰(KE850)이 각각 애플 아이폰 제품 사진과 함께 나란히 실려 있다. 애플은 이들 각 제품의 정면 및 측면과 함께 가로ㆍ세로 길이와 두께, 화면의 크기 등을 아이폰과 비교했다.

이밖에도 애플의 MP3 재생기 아이팟나노와 삼성전자 모바일기기 F300도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다.

특히 애플은 삼성전자 F700의 기능과 구체적인 사양, 출시 시점 등을 자세히 실었다. F700은 아이폰 이전에도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이 등장했다는 증거로 거론됐으나 미국 소송에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유명세를 탄 제품.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열린 애플과의 특허 침해 소송전에서 애플 측의 해당 문서를 법원에 제시해 증거로 채택됐지만 배심원 평결 등에서는 중요한 증거로 고려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문건이 아이폰 출시 전에 작성됐다는 점을 미뤄볼 때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면서 한국 제품을 두루 참고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련업체 관계자는 “당시 이들 제품의 디자인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애플도 참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지난 2006년 작성한 내부문서에 아이폰과 삼성전자 F700 제품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