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미영 기자
2007.02.09 17:30:33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채권시장은 `악재`를 먹고 삽니다. 채권은 안전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주식과는 반대로 경기둔화나 불확실성의 시기에 상대적으로 더 각광받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최근 여당 의원들의 탈당으로 기로에 선 이번 정국 혼란은 채권시장마저도 환영하지 않는다네요. 양미영 기자의 얘기를 들어 보시죠.
이달 들어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금리가 급등락을 겪었습니다. 이틀만에 13bp(0.13%포인트)나 급등했다가 단 며칠만에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장기채권시장의 반짝 헤프닝에는 다양한 배경들이 있었지만, 핵심 촉매 역할을 한 것은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임대주택 펀드라는 재료였습니다.
정부가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국민연금 같은 돈줄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은다면 장기채권을 살 여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금리급등의 논리였습니다.
연이은 급반락의 과정에서는 `여당의 분열`이란 재료가 가세했습니다.
여당이 엉망이 됐는데, 주택펀드 제도를 계획대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습니다. 시장이 금리급등의 원인을 무효화한 셈이죠. 여기까지는 불확실성이 호재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정국의 혼란과 정책 추진력의 상실이란 재료가 채권시장에 마냥 좋게만 작용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대표적으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같은 부동산 안정책의 무산 가능성을 들어 우려합니다.
정부와 여당의 무력화로 집값대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되살아날 것이고, 결국에는 한국은행의 힘에 더 크게, 또는 지나치게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집값이 다시 들뜨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므로 그 자체로 채권가격에 악재일 뿐 아니라, 한국은행 주도로 집값 대응이 이뤄진다면 금리상승(채권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한국은행이 온건하게 변한 목소리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이 `긴축`에 대한 경계심리를 늦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와 정책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기는 주식과 외환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정책의 향방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은행이나 건설회사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해외펀드 비과세 제도가 제대로 또는 언제 시행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외환 수급을 전망하기 곤란합니다.
열린우리당에서 빠져나온 한 계파가 기존의 당정합의를 깨고 순환출자 금지 입법을 선언한 것을 보면, 이런 우려가 근거없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언론의 주장이 `잡음에 대한 단순한 짜증`이 아님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전직 대통령이 "선거는 좀 시끄러워야 국민이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는데, 그 양반 말년, 대선을 치르던 해에 경제가 어떻게 됐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