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부채, GDP의 40%…"주택경기 나빠지면 디레버리징" 경고한 전 금통위원
by최정희 기자
2022.02.10 11:4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국제경제학회' 주최
함준호 교수 "연준 금리 인상, 신흥국 금융불안정성 확대로 이어질 듯"
한은이 사무국인 '거시건전성 협의기구' 법제화해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신흥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 파장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실 위험이 높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고 특히 부동산 부채는 120%를 기록하고 있어 연준 정책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금리 급등 위험이 클 전망이다. 여기에 주택경기 급락까지 겹칠 경우 부채 조정 등 디레버리징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 금통위원의 경고가 나왔다.
2018년까지 금통위원을 지냈던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한국국제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통화금융 부문의 정책 과제’라는 제하의 논문을 11일 발표한다.
함 교수는 “세계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신흥국에 미치는 파장이 과거에 비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은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지만 잉여저축이 소비로 전환되고 재고, 설비투자 확대 등을 통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신흥국은 낮은 백신 접종률, 취약한 의료시스템, 재정 여력 미흡 등으로 위기 이전의 성장 경로로 회복되기 전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구나 연준이 물가상승에 늦장 대응하느라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년 연속 세계 10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위기 이전 수준의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국가 부채가 급증한 부분이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함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민간, 국가부채 등 매크로 레버리지 수준은 GDP 대비 254%까지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잠재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민간 부채 규모를 전체의 약 20%로 추정하고 있다. GDP 대비로는 40%에 달한다. 특히 주택 가격이 주요국 대비 빠르게 상승, 금융 부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GDP 대비 120%까지 증가했다.
함 교수는 “부동산 경기 둔화시 주택 가격 및 부채 조정에 따른 금융불안정 위험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주택 가격 하락에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신용 위축에 강제적인 디레버리징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 종료와 함께 대출금리 상승 등 금융여건이 긴축화되면 취약가계, 자영업자, 한계기업의 잠재 부실이 일부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 교수는 저금리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실물경기와 괴리돼 금융쪽으로만 쏠리는 것에 대해 “경제가 생산성 중심으로 내생적 성장단계에 진입을 했지만 은행, 단기성 자본시장에 금융저축이 환류하며 성장 및 혁신기업에 대한 중개기능이 제약되고 신용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거시건전성 정책의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교수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목적, 정책 주체의 구성, 역할, 권한, 책임이 모두 불명확하다”며 “한국은행의 시스템 위험 분석, 금융안정 평가가 구체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고 거시감독 정책에 대한 중앙은행의 권고, 평가 기능도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구체적으로 유관기관장으로 구성된 거시건전성 협의기구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은이 시스템 위험 모니터링, 금융순환 판단, 금융불균형 정도 등 조사 분석 기능을 담당하고 정책 방향 협의를 위한 보고서 작성 등 사무국 역할을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