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경비노동자 없도록”…서울시, 갑질·폭행방지 신고센터 가동

by김기덕 기자
2020.06.24 11:00:00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권익보호’
생활안정 돕는 노동자 공제조합 설립 지원
신고센터서 갈등조정·법률구제 등 지원
공동주택관리규약 개정…부당 업무지시 금지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경비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억울한 노동자들의 상담과 법률구제, 산재처리 지원 등을 위한 ‘전담 권리구제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경비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생활 안전망을 갖출 수 있도록 아파트 경비노동자 공제조합 설립도 지원한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기 위해 생전에 그가 근무하던 경비 초소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서울시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권익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 지원책은 △고용안정 △생활안정 △분쟁조정 △인식개선 △제도개선 등 5개 분야로 나눠 추진한다. 지난 5월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갑질과 폭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원 사건을 계기로 후속 조치가 마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파트 경비노동자로 성실하게 일했지만 끝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신 최희석 씨를 통해 우리 주변 많은 경비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는지 그 민낯을 직면하게 됐다”며 정책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시는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승계·유지 규정을 두고 있거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모범단지를 선정해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시는 ‘배려·상생 공동주택 우수단지 인증제’를 시행해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인권존중, 복지증진에 앞장선 단지를 매년 20개씩 선정해 인증할 예정이다.

아파트 관리 헌법에 해당하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도 개정한다. 부당한 업무지시와 폭언·폭행 등 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해 명시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 준칙은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만약 관리 규약을 어길 시에는 관할 구청에서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시는 또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아파트 경비노동자 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상호부조 성격의 생활 안정대책을 마련하고 권익침해에 대한 방어권을 갖도록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공제조합은 경비 노동자들의 질병, 부상 등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복리증진사업을 통해 경비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아파트 입주민에게 폭행이나 괴롭힘 등을 당하고 있는 경비원의 피해를 신고 접수 받고, 법률 지원을 하는 전담 권리구제 신고센터도 본격 가동한다. 센터에서는 아파트 내 갈등조정부터 법률구제, 심리상담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만약 아파트 경비 노동자가 부당해고, 임금체불, 갑질 등 피해를 입거나 갈등에 직면할 경우 해당 아파트 단지에 갈등조정전문가인 ‘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를 파견해 당사자 간 화해를 이끌어낸다. 자발적 화해가 어려울 때는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로 구성된 ‘서울시 노동권리보호관’이 산재처리는 물론 부당해고 사례 구제 등에 나선다.

대화로 갈등을 해결·예방하는 아파트 단지 단위 대화기구인 ‘서로 돕는 상생협력위원회’(가칭)도 운영한다. 입주자대표회의, 주민, 경비노동자와 갈등조정 전문가(우리동네 주민자율조정가)가 참여해 갈등 현안이 생겼을 때 함께 해결한다. 공모를 통해 시범단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비노동자들에 대한 일부 그릇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입주를 교육을 활성화하고, 아파트 관리 전담 버스를 신설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 조례’도 개정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경비 노동자의 인권 보호는 일부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성원 전체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며 “다중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경비노동자의 권리를 촘촘히 보완하고, 일부 입주민의 일탈행위를 차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