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5.03.02 11:17:19
위기 닥치면 풀 수 있는 방법은 긴축정책 한 가지
ECB 돈 풀기가 구조개혁 시간 벌어줘..유로존의 희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최근 그리스 부채협상 위기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장기 생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회의론자들에게 그리스 구제금융을 파기하려는 좌파 정권 시리자의 집권은 유로존에 대한 신뢰를 흐트러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구제금융 4개월 연장에도 유로존에 대한 위기가 거의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사태가 유럽 채권자에 대한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끝나게 될 것이란 두려움이 여전하단 설명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희망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서 구조개혁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가 악화돼 유로존 탈퇴까지 번질 경우 신뢰가 무너지면서 유로존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로존처럼 단일 통화를 공유하는 나라들은 경제가 경쟁력을 잃었을 때 평가절하를 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이러한 맹점은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에 크게 부각됐다.
경제난이 닥쳤을 때 유로존의 유일한 선택지는 재정을 비트는 것이다. 실질 임금, 연금, 공공지출 삭감 및 대량 실업 등 사회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각종 긴축정책이 주어진다. 이러한 긴축 정책은 그리스의 좌파 정부 집권처럼 급진적인 세력을 자극하게 만든다.
경제역사학자 케빈 오루크, 앨런 테일러는 2013년 경제전망 저널에서 “금본위제의 역사는 채무국가의 내부 평가절하 등 비대칭적인 조정과정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유로존에 바람직한 처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계 금융인은 “유로존에 맞는 전략이 출현하길 기다릴 것”이라며 “1930년대 세계 2차 대전이 나타났듯이 아마도 뭔가 다른 게 나타날 것”이라고 유로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유로존에서 희망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ECB는 국채를 매입하는 등 유로화를 대규모 풀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성장 잠재력을 높여 경쟁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구조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에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이것은 잘못될 수 있지만, 잘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과 유로화 약세, ECB의 돈 풀기는 유로존에서의 불균형을 좁히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
유럽의 재정 지원 대가로 구조개혁, 긴축정책의 시련을 겪어야했던 아일랜드,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다. 포르투갈 역시 마찬가지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물가보다 임금상승률이 더 빠르게 성장해 소비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요 증가로 물가상승률 전망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길고 느린 속도이지만, 경제 개혁의 일부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과 노동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고용과 해고를 용의하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런던 소재 BNP파리바은행의 유럽 경제 공동 대표인 루이지 스페란자는 “스페인은 개혁이 새로운 성장 환경과 상당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개혁은 (유로존을) 더 지속 가능하게 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로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단 설명이다. 로이터는 “그리스 운명은 유로존의 생존과 짝을 이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