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한나 기자
2011.03.14 14:12:06
올들어 반짝 강세 日펀드, 지진으로 다시 `와르르`
잃어버린 20년 이어 또다시 악재..당분간 보수적 접근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섬 나라 일본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발생한 진도 8.9의 대지진은 일본 열도를 넘어 전 세계를 비통함에 빠뜨렸습니다. 아직까지도 여진과 쓰나미가 잇따르고 있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집계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픈 과거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일본은 특히 국제 경제사에서 교본과 다름없는 나라입니다. 잘 나가는 선진국이기 때문이냐구요? 아니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일본이 고통스럽게 거쳐온 1990~2000년대 쓰라린 경험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나라의 반면교사(反面敎事)로 활용되곤 합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인위적인 통화 절상을 꾀한 후 나락없이 추락하는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정책금리를 뚝 떨어뜨렸습니다. 5%였던 금리가 단숨에 2.5%로 하락했죠.
저금리가 만성화되면서 돈이 온통 부동산으로 몰려듭니다. 집 값이, 땅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죠. 당시 일본 국토를 팔면 미국 국토를 4번이나 살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니까요.
정작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하염없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일본 당국이 다시 금리를 올리면서 여기저기 커다랗게 부풀었던 거품이 한꺼번에 뻥 터져버린 것입니다. 그 후유증이 10년을 지나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아니 `20년`입니다.
국제 금융시장의 큰 손들은 오랫동안 일본 시장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나라에 투자할 때 꺼내쓰는 저금통 정도로만 여겼을 뿐입니다. 일본 경제나 기업은 투자의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함께 나란히 차지하고 있던 글로벌 톱2 자리도 중국에 내줘야 했죠.
외면받던 일본 증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2004~2007년인데요. 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기를 맞았던 시점이었습니다. 이들이 들고 있는 600조원 규모의 은퇴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가 대세적 상승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안팎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증시에 대한 기대를 타고 이런저런 모양들의 일본 펀드가 붐을 일으켰습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이나 피델리티 등 외국계 운용사들이 많이 만들고 팔았습니다. 상당기간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금융위기가 문제였습니다. 2008년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일본 경제를 다시 주저앉혔습니다.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면서 선진 그룹에 포함돼 있던 일본 펀드에서도 속속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일본 펀드에 가입했던 국내 투자자들도 대부분 쓴 눈물을 삼켜야 했죠.
그런데 최근 다시 일본 펀드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습니다. 올들어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좋은 것은 미국 펀드입니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좋은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가 살아난 덕분입니다.
그 뒤를 일본 펀드가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작년과 달리 신흥국에서 선진국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펀드 성과가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설정된 일본 펀드 중에 올 초 이후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하나도 없습니다. 최저 0.5%에서 최고 6%까지 모두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성과가 나쁘지 않다는 얘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