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털어 놓는 `K7 ` 탄생의 비밀

by김보리 기자
2010.02.08 15:39:51

"스웨덴 호수 위에서 파파라치를 피하라"
한계령에서 두바이 사막까지..기후 테스트 실시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파파라치를 피하라`. 스웨덴 얼음 호수 위에서 `K7`에 떨어진 특명은 의외였다. 

기아차 차량시험팀은 미끄러운 노면을 찾기 위해 며칠을 날아 스웨덴의 호수를 찾았다. 얼음 위에서 차를 운전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지만 정작 문제는 몰려온 파파라치.

이를 피하기 위해 수십 km의 눈길을 헤치며 달려 그제서야 브레이크의 제동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 기아차 K7 R&D 스토리북
기아차(000270)는 이같은 연구개발 인원들의 노력이 오롯이 담겨있는 `K7` 개발스토리를 8일 배포했다.

차량 시험팀은 한계령, 지리산 등 국내 도로 적합성 평가를 위해 가혹한 운전 장소를 일부러 찾아다녔다. 국내 어떤 도로에서도 싱싱 달리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과속카메라도 예기치 못한 복병이었다. 테스트 특성상 설정된 속도를 유지해야 했던 만큼 이동식 과속 방지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차량 시험팀은 진땀을 뺐다.
 
어떤 상황에서도 각 부품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를 검사하기 위해 가장 덥다는 8월 두바이로 날아갔다. 냉각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48℃의 찜통 속, 70℃까지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또 달렸다.



`K7`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새롭게 도입한 준대형 샤시 플랫폼이다. 기존의 TG베이스가 아닌 새로운 뼈대를 만드는 것은 기아차로선 부담이었지만 명차를 위해 과감히 샤시 플랫폼 개발에 들어갔다.

차량기술센터 연구원은 경쟁차의 차체 부품 형태와 치수를 조사하기 위해 차체 바닥에 들어가길 수십 차례. 나중에는 아예 시트 쿠션을 깔아 놓고 누워서 조사를 했다.

차량이 너무 견고하다보니 미리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겪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 등장했던 K7이 주인공 김현준의 피격 장면에서 생각만큼 차체가 흔들리지 않았던 것. 10여 차례나 재촬영이 계속돼 흔들리는 차체 장면을 건질 수 있었다.
 
기아차의 K7에 대한 자부심은 이같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연구원들은 "너무 고생스러워 다시 하라면 몸서리를 칠 정도지만, 세계 최고 명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어 가능했다"며 입을 모았다.
 
`포텐샤` 단종 이후 8년 만에 나온 `K7`의 탄생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9번의 품평회를 거쳐 개발이 최종적으로 마무리 될 무렵, 일부 소비자들에게 차를 선보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지 않았다. 출시를 앞둔 `K7`의 위기였다.
 
`K7`의 품질력은 양보할 수 없는 기아차의 자존심이었다. 양산 일정을 미루면서 외장 후면부와 내장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탄생한 모델이 지금의 `K7`이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 본부장의 자부심도 이같은 직원들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양 본부장은 "`K7`은 5년간 4500억원을 투입해 만든 명차"라며 "탁월한 주행성능과 동급 최고 연비 등으로 미래차의 새 지평을 여는 좌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품질력을 자부했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부회장도 "K7은 올해 아중동 지역을 시작으로 중남미·중국 등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전략 시장인 북미에는 내년에 본격 출시될 기아차의 야심작"이라고 강조했다.
▲ 기아차 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