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부른 퓨리에버 코인 발행사 대표 재판행

by이유림 기자
2023.11.24 15:32:20

6100명에게서 210여억원 편취…사기 적용
전문 시세조종 업자까지 동원된 조직 범죄
가두리 펌핑·자전거래봇 등 범죄 수법 동원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발단이 된 가상화폐(가상자산) 퓨리에버(PURE) 코인의 발행업체 대표와 시세조종업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사진=연합뉴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이날 사기 혐의로 발행업체 대표 A(59)씨와 시세조종 업자 B(48)씨를 구속기소 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코인 건설팅업체 대표 C(40)씨, 전문 시세조종 업자, 코인시장 브로커와 시세조종 기술자 등 관련자 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미세먼지 저감 사업 추진을 명목으로 발행된 퓨리에버 코인의 가격을 2021년 4월 28일부터 같은 해 5월 6일까지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후 보유하던 코인을 처분해 피해자 6100명으로부터 약 21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미세먼지 관련 프로그램은 데이터 부족 문제 등으로 상용화가 불가능했음에도 이들은 프로그램 개발이 상용화 수준에 이른 것처럼 시세조종 기간에 집중 공시해 코인 가격을 단기에 급격히 상승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통해 코인 거래에도 전문 시세조종 업자가 개입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인 발행자-코인 컨설팅업자-코인 브로커-코인 시세조종 업자-코인 전문 시세조종 기술자가 연결돼 조직적으로 코인 시세조종을 벌인다는 사실이 이번 수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범죄수익을 발행업체 40%, 시세조종 업자 60%씩 나눠 가지기로 약정하고 총 5차례에 걸쳐 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자산 거래 특유의 시세조종 수법도 대거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업체가 전자지갑을 잠가 코인 유통량을 제한시키고 시세조종을 벌이는 ‘가두리 펌핑’, 자동으로 매도·매수를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 ‘자전거래봇’ 등도 이번 범행에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퓨리에버는 지난 3월 강남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 주범들의 범행 동기가 된 코인이다. 범행을 사주한 황은희(49)·유상원(51) 부부와 피해자 A씨 등은 해당 코인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으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후 퓨리에버 코인 시세조종 의혹과 피해 사례가 알려졌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시세조종 사건과 강남 납치·살인 사건 피고인·피해자는 관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주식시장에서의 시세조종과 유사한 수법은 물론, 가상자산시장 특유의 시세조종 수법이 모두 활용된 것으로 시세조종 범행과 관련된 가산자산시장의 취약성이 확인된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