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부동산 통계…'불신의 아이콘'으로 등극

by하지나 기자
2020.12.16 11:01:00

11월 기준 올해 집값 변동률…부동산원 5.7%, KB 7.3%
현실 괴리 통계, 시장 혼란·정부 정책에 잘못된 영향 미쳐
실거래가 기반·시장 의견 반영 동일 하나 표본수 3배 차이
통계청도 이달말 개선과제 보고서 발표 예정…"표본 수 늘려야"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아이러니하지만, 둘 다 맞다. 반대로 둘 다 틀릴 수도 있다. 전자는 KB국민은행 산하인 KB리브온이 매주 발표하는 부동산 통계결과다. 후자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통계치다.

공신력 있는 통계기관들의 부동산 통계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관별 통계 결과 차가 너무 커 믿을 수 없는 ‘죽은 통계’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11월 기준 5.7% 상승했다. 하지만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7.3%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값 격차는 더 심하다. 한국부동산원은 2.2% 오른 반면 KB부동산 통계는 10.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심지어 주간으로 본 변동률과 월간으로 본 변동률간 차이도 있다. 주간으로 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은 0.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부동산 통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한국부동산원 통계 수치가 민간 기관과 큰 차이를 나타내면서 주택시장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은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0.03%로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KB부동산 통계는 0.37%로 전주(0.27%)대비 상승폭을 다시 키우고 있다.



두 기관의 통계 수치가 다른 배경에는 조사 방법, 표본, 표본의 수, 산정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원은 조사 대상에 거래가 있을 경우 실거래가를 반영하고, 거래가 없을 경우 전문 조사원이 직접 현장을 답사하거나 전화 조사를 통해 자료를 취합한다. 반면 KB국민은행은 부동산 협력중개업자들이 KB 전용 웹사이트에 입력하는 형식으로 가격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하고 협력중개업소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문제는 표본의 수다. 현재 부동산원의 주간 표본 아파트 수는 9400개, 월간 표본 수는 1만7190개다. KB 통계 표본 수는 주간과 월간 모두 3만1800개로 3배 이상 많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신뢰성 논란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돼왔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했지만, 서울 전체 25개구 지역 대표 아파트단지 실거래 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3년 동안 두 배나 올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같은 문제 지적에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동산 통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부동산의 실거래 현황이 정확하게 반영되는 실거래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공공통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계청 또한 이달말 부동산원의 개선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동산 통계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표본수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부동산원은 내년 예산을 82억6800만원으로 늘려 주간조사 표본 아파트를 올해 9400가구에서 내년 1만3720가구로 46.0%(4320가구) 확대할 예정이다. 주간조사 표본의 경우 2018년 7004가구에서 7400가구로 늘었다가 작년에는 8008가구, 올해는 9400가구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월간조사 표본의 경우 올해 2만8360가구에서 내년 2만9110가구로 2.6%(750가구)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