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최임위 불참 딜레마…"최저임금 노동계 요구대로 결정될 수도"

by박철근 기자
2018.07.11 11:16:37

민주노총 이어 사용자위원도 불참 선언
27명 중 공익위원 및 노동계 일부 14명만 남아
14일 최종시한까지 법적요건은 충족
반쪽 위원회로 내년 최저임금 결정해야할 상황
친노동 공익위원들 노동계 손 들어줄 수도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10일 12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무산되면서 사용자위원 전원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최임위는 27명 가운데 공익위원 9명과 근로자위원 일부(5명) 등 14명만 남아 그야말로 반쪽짜리 위원회로 전락했다.

민주노총과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에도 불구 최임위는 예정대로 오는 14일까지 2019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잔여 인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익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이 정해지게 된다는 얘기다.

27명의 재적위원 가운데 14명만 남은 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을까? 답은 ‘가능하다’이다.

최저임금법 17조3항과 4항에 따르면 최임위의 의결조건은 재적위원 과반수(14명)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8명)가 찬성이다. 또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각 3분의 1(3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위원 또는 사용자위원이 최임위의 2회 이상 출석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에는 과반수만 출석하면 의결정족수는 충족한다.

이에 따라 현재 상태가 이어지고 남은 전원회의 일정(11, 13, 14일)을 고려했을 때 13일 열리는 14차 전원회의부터는 사용자위원의 불참여부와 관계없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수는 있다.

다만 최임위 안팎에서는 어느 한 쪽이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불참한 쪽도, 최임위도 모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임위 관계자는 “사용자위원의 갑작스런 불참선언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노·사·공익위원 모두 참여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사용자 위원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의 최임위 복귀를 지속해서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무산된데 반발해 불참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사용자위원들도 부담이 크다. 내년 사용자 위원들이 자리를 비운사이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도 있어서다.

현재 상당수 공익위원들이 ‘친노동’에 분류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에는 내년 최저임금을 1만790원으로 인상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10일 열린 12차 전원회의에서 의결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에서 공익위원은 근로자위원과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투표결과가 찬성 9표, 반대 14표였다. 사용자위원들이 전원 업종별 차등화에 찬성한 만큼 공익워원 9명은 모두 반대에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경영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라면서도 “무조건 불참하면 최임위는 노동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산입범위가 넓어진다고 하지만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률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현장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임위 안팎에서는 사용자위원측이 노동계의 주장이 관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임위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용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와 같은 시간당 7530원으로 제안했다. 사용자위원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가장 어렵고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