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발목잡힌 핌코…9000억 질렀다가 손실 눈덩이

by최정희 기자
2014.12.17 13:32:48

이머징마켓채권펀드도 비상..外人 자금 이탈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가 러시아 금융위기에 발목이 잡혔다. 러시아 채권에 베팅했다가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핌코가 보유한 33억달러 규모의 이머징마켓채권펀드는 수익률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펀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 펀드는 지난 9월말 러시아 기업과 국채에 8억300만달러(약 8760억원)를 투자했다. 총 자산의 21% 규모인 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이 펀드가 7.9% 가량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작된 루블화 투매는 글로벌 전체로 뻗어나가고 있다. 16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7%로 종전보다 6.5%포인트 기습 인상했음에도 루블화는 달러당 80루블을 넘어서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루블화는 이번주 달러대비 14% 급락하고 이달 들어서도 27% 떨어졌다. 러시아 10년물 국채는 3.05%포인트 상승, 16.28%를 기록했다.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도 5.55%포인트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의 외환브로커들은 더 이상 루블화를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예민한 투자자들은 1998년 발생한 러시아의 국가부도 사태 등을 떠올리며 이머징마켓에서도 자금을 빼내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유가의 가파른 하락 역시 글로벌 경기둔화 신호로 읽혔다.



이머징마켓 통화는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식 벤치마크는 각각 7% 이상씩 하락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도 전일 1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이클 고메즈 핌코 이머징마켓 대표는 “핌코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 방침은 장기 아이디어와 전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리스크가 높은 만큼 더 높은 수익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루블화의 급락을 막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퍼 함마룬드 SEB증권 수석 신흥시장 전략가는 “우리 트레이더들은 더 이상 루블화를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기습적인 금리 인상이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러시아에게) 숨 쉴 여유를 줄 것이라고 보지만, 그 다음엔 1998~1999년의 경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자본 통제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캐피탈 애셋 매니지먼트 바딤 비트 아브라짐 펀드매니저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너무 늦었다”며 “유가와 경제가 안정되지 않는 한 루블화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