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式 LG 인사 `깜짝·파격은 없었다`

by이승형 기자
2010.12.17 16:19:39

"성과주의와 책임경영에 초점"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LG는 LG만의 방식대로 인사를 한다."

구본무 LG 회장이 최근 공언한대로 17일 단행된 LG그룹 인사는 LG(003550)의 전통적인 조직문화와 인사기준, 경영현황에 따라 '조용하게' 이뤄졌다. '깜짝 발탁'이나 '파격 승진' 등의 인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과주의', '창의와 자율', '품질경영' 등 3가지 핵심철학이 기반이 된 이번 인사는 승진 규모나 조직개편의 폭이 예년 수준과 유사했다는 평가다.

구본무 LG회장

LG는 이날 인사 특징과 관련, "내년 임원인사에서 고객가치에 기반한 장기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사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경영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올해 부진한 실적에 시달렸던 LG전자(066570)의 경우 오너인 구본준 부회장이 새로운 최고경영책임자(CEO)에 오른 뒤 단기 처방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의 강화에 중점을 맞춰 인사를 실시했다는 분석이다. 위기가 왔다고 조직을 흔들기 보다는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무게를 뒀다.  

권희원 HE사업본부장, 박종석 MC사업본부장 등 신임 사업본부장들이 모두 자기 분야에서 지금까지 제품개발과 전략실행을 맡아오며 내부에서 장기간 성과를 창출해온 인력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LG관계자는 "LG화학(051910), LG디스플레이(034220), LG이노텍(011070), LG생활건강(051900) 등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 온 회사들도 CEO를 그대로 유임시켜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일등LG를 실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임원 인사도 깜짝 발탁보다는 조직내에서 묵묵히 분명하게 성과를 내온 인물들로 발굴했다"고 덧붙였다.

그룹 핵심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은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업별 완결형 조직을 강화했다. 또 임원조직 단위 아래 하부조직도 최대한 완결형 조직으로 전환했다.

LG 관계자는 "자기 사업처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조직환경을 구축하는 데 이번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며 "최하위 조직에서 최상위 조직까지 의사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져 스피드 경영체제를 갖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우 기존 5개 사업본부에서 BS사업본부를 폐지해 4개 사업본부로 재편하며, 사업부 중심의 완결형 의사결정 체제에 맞게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이 실행되도록 했다.또 해외 현지 조직도 재편해 해외사업도 현지 본부 중심의 완결형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LG디스플레이도 이번 인사를 통해 개발 부서에 더 많은 독립성과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기존의 TV 및 IT 사업본부 내 개발조직을 개발센터로 격상했다.

LG유플러스(032640)는 개인-홈-기업 고객간의 경계가 없어진 통합·융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철저한 고객 중심의 관점에서 사업 단위별 책임경영체제로 바꾸고 조직의 기능을 전문화했다.

기존의 '퍼스널 모바일(Personal Mobile) 사업본부'와 '홈 솔루션(Home Solution) 사업본부'를 통합해 사업을 기획하는 '서비스 크리에이션(Service creation) 본부'와 영업전담조직인 매스 세일즈(Mass sales)본부'로 재편했다.

특히 사업별, 공장별 품질 조직 외에 전사 차원에서 품질체계를 정비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CEO 직할 품질조직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는 아무리 재무성과가 좋아도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LG는 R&D(연구 및 개발) 전문인력은 이번 인사와는 별도로 내년초에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R&D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별도로 임원인사를 실시하게 됐으며, R&D인력들이 직업 안정성을 가지고 길게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