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전후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by김윤경 기자
2003.04.07 17:45:04

[edaily 김윤경기자] 미국와 이라크간 전쟁이 속결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벌어지던 논쟁이 초기의 격렬함은 잃은 듯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4시간 계속되는 전쟁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반면 돈을 다루는 머니 매니저들은 벌써 종전후 수혜종목은 어떤 것인지를 계산하고 있답니다. 이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김윤경 기자와 함께 따라가 보시죠. 머니 매니저들은 연역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무엇이든 대체로 상황이나 사건을 겪고 나서야 그것에 대해 평가하고 분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귀납적 존재인 반면, 이들은 언제나 먼저 생각하고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들입니다. 미국 머니 매니저들의 현재 관심은 "전쟁 후 오를 종목"들입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면 수직상승할 종목들을 이미 추려 놓고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리거나 투자를 추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놓은 만큼 "전쟁, 부디 빨리 끝나만 다오" 하고 빌고 있을 겁니다. 유의할 점은 이들이 대체로 전쟁이 끝나면 이라크 등으로부터의 공급문제가 해소되면서 유가가 낮아지고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 전쟁 종결과 경기 회복을 등가로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시장이 상승모멘텀을 갖고 있다며 지난 주 증시의 오름세를 거론합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215포인트 올랐고 지난 한 주간 다우지수는 1.6% 상승한 8277.15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지수도 1.0% 오른 1383.51포인트를, S&P500지수는 1.8% 상승한 878.85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만 허두를 접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라구요? 대체 어떤 주가 오를 것이라고 그들이 예측하고 있느냐는 말씀이시지요. 머니 매니저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고려의 대상으로 넣고 있는 종목은 바로 미디어주와 기술주, 레저주 등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습니다. ◇억제된 소비욕구 전쟁 끝나면 발산..레저주 각광 예상 머니 매니저들은 레저주가 뜰 수 있는 이유로는 그 동안 미국인들의 소비욕구가 억제되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루미스샐리즈&Co.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비드 소워비는 "집밖으로 나와 눈을 비비고 24시간 뉴스에서 시선을 돌리게 되면 당신은 라스베이거스에 가거나 크루즈를 타고자 할 것"이라면서 이런 기대에 따라 최근 크루즈업체 카니발과 힐튼호텔, 카지노 운영업체 하라스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한 포지션을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경기침체와 유가상승, 테러에 대한 위협으로 비교적 오랫동안 억제되었던 욕구가 전쟁이 끝나면서 발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반한 것이죠.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켄트도 지난 주 카니발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로 제시하면서 크루즈 산업이 최악의 시절은 지났고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언급했다. ◇"굿바이 댄 래더, 헬로 광고" 미디어주는 또 왜 오르느냐구요? 전쟁이 끝나면 방송 프로그램들이 정규편성되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지출이 늘어나면 미디어 업체들의 "밥줄"인 광고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인디펜던스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포렐리는 "만약 당신이 TV 방송국을 운영한다면 이제 댄 래더(CBS방송의 유명 앵커)를 화면 밖으로 내보내고 대신 존슨&존슨 광고를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CBS와 MTV 등을 소유하고 있는 비아콤의 경우 매출의 절반 이상을 광고를 통해 올리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일부 포트 폴리오 매니저들의 관심을 벌써부터 끌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비아콤 주가는 52주래 최고치로부터 23% 떨어져 있는 상태라 더 매력적이라고 머니 매니저들은 말합니다. ◇유가 하락으로 운송주 상승 전망 국제유가 움직임을 한 번 볼까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제유가는 꾸준히 내려 지난 주말 배럴당 28.40달러에 마감됐습니다. 유가가 이렇게 내리면 운송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측입니다. 유가가 안정되면 운송비용 부담이 줄고 기업들의 운송요청 역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은행 스티븐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댄 무어는 나이트트랜스포테이션, 하트랜드익스프레스, 워너엔터프라이즈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거명했습니다. 전미트럭운송협회(ATA)에 따르면 월별 용적 톤수는 올들어 하락세를 보였지만 연간대비로는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용적 톤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3.8% 늘었습니다. ◇기술주, 경기회복세 타고 상승할 듯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고 있는 기술주도 전쟁이 끝나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많은 월가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발산되기만을 기다려 왔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쟁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되면 활개를 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난 99년 말 Y2K 이후 시스템 교체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수요 촉발의 이유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런 관측 때문인지, 올들어 다우지수는 0.8% 떨어졌지만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3.6%나 오르며 벌써부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네요. 크루파마에셋매니지먼트의 매니징 디렉터 겸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크 브론조는 "자금은 더 변동성이 많은 하이베타(high-beta)주로 몰릴 것"이라면서 소프트웨어 분야가 그것인지, 반도체 분야가 그것인지 확인해 주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간에 기술주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기술주 종목들을 중심으로 향후 장세를 가늠해 볼까요. 그가 갖고 있는 주는 소프트웨어주 마이크로소프트, 반도체장비주 KLA-텐코, PC주 휴렛팩커드, 통신주 퀄컴과 노키아 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전한 머니 매니저들의 행보는 앞서 말씀드렸듯 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라크전으로 인한 경제 후유증은 거론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반쪽짜리 전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한 미국인은 제게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에 이어 이라크전까지 겹쳐 이로 인한 재정적자가 "너무 너무" 우려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들도 계속해서 전쟁비용의 증가, 이라크전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아니면 후퇴시킬까요. 미국 뿐 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가 달려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