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절박함 외면 말라”…헌재로 간 중대재해처벌법(종합)
by김경은 기자
2024.04.01 11:28:36
중기·소상공인 305명, 헌법소원심판 청구
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 9곳 기자회견
“처벌수준 합리화·죄형법정주의 명확화해야”
“위헌 결정 가능성 높아…1년 안 걸릴 듯”
“5월 국회 임기 종료 전까지 유예 논의해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은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처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 정윤모(왼쪽에서 여섯 번째)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소기업단체들과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읽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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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헌법소원 심판에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참여했다. 중처법 유예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고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이 확대 적용됨에 따라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통해 위헌 여부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771만 중소기업을 대신해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절박한 심정으로 중처법 적용 유예를 외쳤지만 국회에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소원심판을 통해서라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 과도한 처벌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헌법소원심판 청구이유를 밝혔다.
정 상근부회장은 “중처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중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의 조문이 모호해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주의 책임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처법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칙 △자기 책임의 원리 등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정 상근부회장은 “징역형의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하는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 직접 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업주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떠한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계는 헌재의 위헌 결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중대재해로 재판에 기소됐던 한 기업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가 지방법원에서 기각된 사례가 있지만 헌재의 판단은 이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헌재의 판단은 법원 판결과 다를 수 있다. 위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통상 1년이 걸리지만 사안의 시급성으로 미뤄보아 조금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5월 국회 임기 종료 전까지 유예 논의가 이뤄지길 계속해서 바라고 있다”며 “어렵다면 헌재의 위헌 결정을 통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구인들을 대표해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김승기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 성창진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경영부회장, 인성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원부회장, 김종호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부회장, 박노섭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김태홍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상근부회장, 배현두 수협중앙회 부대표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