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에 거리둔 獨외무장관 "유럽, 대만 위기 외면해선 안 돼"
by김겨레 기자
2023.04.14 15:31:53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방중
"대만해협 자유로운 접근이 유럽 이익에도 부합"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을 방문 중인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유럽이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외면하면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유럽이 미국에 종속되지 않고 전략적 자율성을 택해야 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결을 달리한 발언이다.
|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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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중국 텐진에서 “유럽이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세계 무역의 50%와 반도체의 70%가 대만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며 대만 해협의 평화가 유럽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세계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특히 가장 큰 산업 국가 중 하나인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의 최대 경제 대국이다.
이날 베어보크 장관은 일부 독일 기업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은 일부 분야에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서 배운 것은 중국(의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고 덧붙였다.
베어보크 장관의 발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방중 직후 유럽이 대만 문제에 있어서 미국을 추종하지 않고 ‘전략적 자주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결이 180도 다르다.
베어보크 장관은 12일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성명에서도 “중국은 유럽에 있어 협력국이자 경쟁자, 체제라이벌로, 중국이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유럽의 대중국 정책의 나침반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환경과 인권을 중시하는 녹색당의 공동대표 출신으로 독일 최초의 여성 외무 장관이다. 그는 녹색당 시절부터 메르켈 총리의 독일의 대중국 정책이 법치나 민주주의 같은 서구의 가치보다 독일의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장 위구르와 홍콩에서의 인권 탄압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13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베어보크 장관은 친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제6차 외교안보 전략대화를 주재하고,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 인사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이어 15일 한국을, 16일엔 일본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