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부담 속 반도체 수출 ‘반토막’…1월 무역적자 ‘역대최대’(종합)

by김형욱 기자
2023.02.01 11:04:32

126.9억달러까지 커져…11개월 연속 적자
원유·가스·석탄 수입부담 여전…평년 1.5배
반도체 부진 속 수출도 전년比 16.6% 감소
"작년 수준 유지" 정부 수출목표도 '빨간불'

[이데일리 김형욱 강신우 기자]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가 126억9000만달러(약 15조6000억원)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로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났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1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이 기간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6.6% 줄어든 462억7000만달러, 수입액은 2.6% 줄어든 58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이자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적자다. 지난해 8월 기록한 94억3000만달러 적자보다 33억6000만달러 늘었다. 올 2월 한 차례 소폭 흑자(7억4000만달러) 전환한 것을 빼면 재작년 12월 이후 1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적자 기조의 최대 요인은 에너지 수입 부담이었다. 이달 3대 에너지원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57억9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4분의 1 이상(26.8%)을 차지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이 재작년 말부터 시작되면서 전년(161.7억달러)대비론 2.4% 줄었으나, 최근 10년 1월 평균(102.5억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1.5배 이상이다. 특히 재작년(68.8억달러)과 비교하면 2.3배에 이른다.

원유 수입액은 69억4000만달러로 작년보다 10.0% 줄었으나 난방 수요가 몰린 가스 수입액은 67억7000만달러로 작년보다도 6.0% 늘었다. 석탄 수입액(20.8억달러)도 0.3% 증가했다. 도시가스·열 요금이 작년 누적 인상분과 한파가 겹치며 ‘난방비 폭탄’으로 닥쳐온 가운데, 대외적으론 추가 요금인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가스 수입의 약 80%를 도맡은 공기업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재정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에너지 위기에 따른 무역적자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국과 중국, 일본 등 에너지 수입 의존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경기 둔화 여파로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현 위기를 증폭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식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월26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2동 한 주택에서 난방을 하지 못한 취약계층 노인이 사용하지 않은 난방유 쿠폰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초 수출 부진도 무역적자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6월부터 둔화하기 시작한 한국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1월 수출 감소율(-16.6%) 작년보다 빨리 찾아온 설 연휴 여파로 최근 들어 가장 가팔랐다.

특히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반 토막 났다. 작년 1월 108억달러에 이르렀던 반도체 수출액은 올 1월 44.5% 줄어든 60억달러까지 줄었다. D램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하락과 판매 부진이 겹쳤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4월 3.41달러에서 올 1월 1.81달러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또 다른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화학(38억달러·25.0%↓)과 기계(39억달러·15.8%↓), 철강(27억달러·25.9%↓) 등도 부진했다. 자동차(50억달러·21.9%↑)와 석유제품(41억달러·12.2%↑), 선박(14억달러·86.3%↑) 등이 선방했으나 수출 부진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대부분 지역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특히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달 대(對)중국 수출액은 91억7000만달러로 31.4% 줄었다. 그밖에 아세안(82.6억달러·19.8%↓)과 미국(80.5억달러·6.1%↓), 일본(22.9억달러·12.7%↓), 중남미(17.1억달러·25.0%↓) 등 대부분 지역의 수출이 줄었다. EU(54.3억달러·0.2%↑)와 중동(14.6억달러·4.0%↑)만이 그나마 전년대비 수출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연초부터 수출이 대폭 감소하며 정부의 올해 수출 목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역대 최대이던 지난해 수출액(68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현 추세라면 큰 폭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위기의 수혜를 본 중동 지역의 수출 확대 등을 통해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현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지원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무역금융과 인증, 마케팅 지원과 함께 원자력발전과 방위산업,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바이오·에듀테크 등 유망 분야로의 수출 다변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22년 7월21일 경기도 화성시 반도체 소재기업 동진쎄미켐 발안공장에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 후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