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첫 여성 CEO' 한성숙..그녀 뒤엔 4명의 조력자 있었네
by김유성 기자
2016.10.23 18:49:24
한성숙 네이버 대표 예정자, 성실함에 인복까지 두루 갖춰
마이컴 민경현 전 민컴회장, 박석봉 엠파스 창업자..IT·컴퓨터 전문가 길 인도
이준호·이해진, 네이버에서 능력 꽃피우게 場 만들어줘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유리천장을 깨뜨린 ‘포털의 여왕’.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49)는 1989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끝에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수장에 내정됐다. 특히 여성으로서 사회적 편견과 불리함을 극복하고 네이버 역사상 처음으로 CEO에 올랐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의 성공요인으로 꼼꼼하고 섬세한 일처리와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풍부한 아이디어를 꼽는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하나를 더 언급한다. 한 내정자의 오늘이 있기까지 인생의 고비마다 그의 능력을 알아채고 같은 길을 걸었던 네 명의 조력자다. 민경현 전 민컴 회장(77), 박석봉 엠파스 창업자(52),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52),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49) 등이 그들이다. 한가지 공통점은 이들 모두 당대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였다는 것이다.
민경현 전 민컴 회장은 한 내정자가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월간 <마이컴>의 발행인을 지낸 인물이다. 한 내정자는 <마이컴> 기자로 5년 7개월간 일하며 민 전 회장과 함께 했고, 컴퓨터 산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업계의 상황을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한 내정자는 예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의 경험이 다음 그라운드의 발판이 되어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려대 수학과 출신으로 대한전자와 KCC(한국전자계산소)를 거친 민 전회장은 75년 서울컴퓨터학원을 경영하며 전산업에 뛰어들었다. 85년 전산조합이사장을 지냈고, 컴퓨터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방송 등에 단골로 출연해 컴퓨터 교육에 앞장섰다. 특히 그는 해마다 전산인테니스대회 등을 열어 기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엠파스 창업자로 유명한 박석봉 전 사장과의 인연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자를 하다가 나눔기술 홍보팀장으로 옮긴 한 내정자는 당시 기술이사였던 박 전 사장을 만난다. 이후 박 전 사장이 엠파스의 전신인 지식발전소를 창업하면서 1997년 의기투합한다. 당시 한 내정자는 지분에도 직접 투자해 주주로 참여했다. 기자를 하다가 IT 업계에 직접 뛰어든 만큼 초기에는 처음 듣는 용어나 개념이 많아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당시 박 전 사장의 격려와 도움이 큰 힘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을 만난 것도 이 무렵이다.한 내정자는 사명을 바꿔단 엠파스에서 검색서비스 부문장을 맡았고, 이 일을 하면서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과도 인연을 맺게 된다. 엠파스는 ‘자연어’ 검색으로 주목받았는데 기술개발의 주역이 이 회장이었다. 당시 숭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던 이 회장은 박사장과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3학번 동기로 엠파스 일을 많이 도와줬다. 한 내정자가 ‘검색엔진’이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용어를 처음 접했던 것도 이회장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후 대학 후배이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고 2005년 네이버로 자리를 옮긴다. 한 내정자 역시 엠파스가 SK 커뮤니케이션즈로 매각되면서 2007년 네이버에 새 둥지를 튼다. 박 전 사장과 결별하고 먼저 네이버에 합류했던 이 회장이 다리 역할을 했다. 네이버로 옮긴 한 내정자는 당시 네이버를 이끌던 이해진 의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이 의장은 철저하게 능력중심의 인사를 하는 스타일로 한 내정자에게는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2012년부터 서비스1본부를 이끌었고 웹툰, 웹소설 등의 수익화 모델을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지난해부터 한 내정자는 서비스 총괄을 맡아 동영상과 모바일 검색에 적합한 서비스를 발굴했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을 비롯해 네이버 이사회 내부에서 차기 대표감으로 이미 한 내정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벌레로 불릴 만큼 회사 일에 헌신적이고, 그에 대한 성과도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한 내정자가 서비스, 기획 등에 있어 오랫동안 몸담았던 만큼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받고 있다. 전형적인 관리자 CEO였던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는 또다른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