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기 무섭다`…겉치레 안전점검에 잦은 사고

by김성훈 기자
2016.05.27 15:06:26

항공기 이용객 가파른 오름세에도 안전사고 잇따라
정부 '저비용항공사 안전강화 대책' 마련에도
업계 "매뉴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까다롭지 않아"

△ 국내외를 오가는 항공기 이용객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안전 대책이 부실해 국민의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7일 도쿄 하네다에서 서울 김포공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 [자료=NHK]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약진으로 국내외를 오가는 항공기 이용객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안전 대책이 부실해 국민의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항공 안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잇따른 사고에 ‘구멍 뚫린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 이용객 수는 2437만 8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68만 9229명)보다 12.4% 증가했다. 1분기 항공기 이용객 수로는 역대 최대치로 국제선 이용 여객이 지난해(1555만 1260명)보다 13.2% 늘어난 1759만 7141명으로 집계됐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전 의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27일 도쿄 하네다에서 서울 김포공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20분경 승객 302명과 기장·승무원 17명 등 총 319명이 탑승한 대한항공 KE 2708편/B777-300 여객기가 도쿄 하네다공항 C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중 비행기 왼쪽 엔진 부문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 전원이 비행기를 탈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륙 중단 즉시 승객과 직원들을 대피시켜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며 “승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대체 편을 투입하고 엔진 결함 원인을 이른 시일 내에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대한항공이 언론에 객실훈련센터와 격납고 항공기 정비현장, 종합통제센터 등 대한항공의 안전운항 시스템을 소개하는 날이었다.



지난 25일에도 부산 김해공항에서 괌으로 갈 예정이던 에어부산 BX612/ HL7745 항공편이 엔진 속 부품의 상호작용을 돕는 ‘인터페이스 유닛’에 문제가 발견돼 결항이 결정됐다. 이 항공기는 올해 1월 28일에도 김해에서 출발해 괌으로 향하려다가 엔진 ‘제너레이터’에서 결함이 발견돼 결항처리된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국내 6개 LCC 특별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저비용항공사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항공사 보유 항공기가 일정규모(20~50대)에 도달하면 최초 종합 심사에 따르는 심사를 시행하고 운항규모에 맞는 전문인력과 장비 보유기준을 제시하는 세부안을 마련했다. 아울러 항공사들이 권고·유도에 얼마나 따랐는지 등을 평가해 운수권 배분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까다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저비용항공사 안전강화 대책에서 최소 항공기 보유 대수인 20대를 밑도는 저비용 항공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은 유도 차원에서 마련된데다 항공업체의 정비 매뉴얼대로 점검하는지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문제점을 꼼꼼히 살피고 적발해 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