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1%p 오를 때 생산자 물가 0.13%p 상승…휘발유 등 석유정제 직격탄

by최정희 기자
2022.08.30 12:00:00

한은, 조사통계월보 발간
환율 상승도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에 7%p 영향
수입물가 연중 내내 오르면 전산업 생산 비용 9.5% 증가
수입물가 1%p 오르면 휘발유 등 석유정제는 1.3%p 더 올라
"원자재 가격 등락해도 인플레 상방 압력 크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원자재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생산자 물가는 약 0.13%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된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석유정제, 화학, 철강, 전기가스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물가 상승세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경우 전산업의 생산비용이 9.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석유정제는 원가부담을 쉽게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어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휘발유 가격 등 석유정제품은 1.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출처: 한국은행)
3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수입 물가 상승의 산업별 가격 전가 분석’이라는 제하의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원자재 수입 물가가 1%포인트 상승하면 생산자 물가상승률은 0.13%포인트 오른다. 특히 에너지, 금속 등 광산품에 비해 농수삭품의 충격이 더 크게 오래 지속됐다. 또 수입물가가 하락할 때보다 상승할 때, 상승폭이 작을 때보다 클 때 가격 전가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수입물가 상승에는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 측면도 있다. 올 들어 6월까지 수입 원자재 가격은 전년동기비 67.7% 올랐는데 국제원자재 가격 충격은 47.0%포인트, 환율 상승 충격은 7.1%포인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물가가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지는 정도,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는 산업별로 차이가 났다.



석유정제, 화학, 철강업은 수입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고 가격 전가도 크게 일어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특히 석유정제의 경우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휘발유 등 석유정제품의 가격은 1.32%포인트 올랐다. 수입물가 오른 것보다 더 오른 것이다. 석유정제업은 원자재 투입비중이 70%로 다른 업종 대비 크게 높은데다 가격 탄력성이 낮아 가격 전가가 쉽게 이뤄진다. 휘발유 가격이 높거나 낮거나 소비 증감에는 영향이 별로 없어 가격 조정이 쉽다는 얘기다. 또 업종 내 경쟁도 치열하지 않은 편이다.

항공, 해운 등 운수업도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고 업종내 경쟁 관계가 약해 가격 전가가 크게 일어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건설업은 생산 비용 증가가 최종재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가 커 가격 전가가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전기가스의 경우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지만 공공요금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 IT제조, 운송장비 등은 원자재 투입비중도 낮고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해 원가가 올랐다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광원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수입물가 오름세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경우 전기가스,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산업 생산비용이 9.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산업별 가격 전가는 석유정제, 화학, 철강 등 제조업에서 가장 빠르고 그 다음은 건설업, 전기가스업, 서비스업 순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를 때 제조업은 0.19%포인트, 건설업은 0.17%포인트, 전기가스업은 0.12%포인트, 서비스업은 0.02%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장은 “수입 물가 가격 전가의 비대칭성, 비선형성에 비춰볼 때 국제원자재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클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며 “물가안정 정책 및 경제전망 수행시 산업별로 수입 물가 가격 전가 정도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