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유도영웅…왕기춘, '미성년 제자 성폭행' 징역 6년 확정

by한광범 기자
2021.07.29 11:30:23

대법, 왕기춘 상고 기각…"우월지위로 제자 성폭행"
왕기춘 ''합의된 관계'' 주장 반복…法 "일방적 강요"

왕기춘.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왕기춘(33)이 자신의 유도관에 다니던 10대 제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29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0대 제자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왕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8년 취업금지 명령도 유지했다.

왕씨는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자신이 운영하던 유도관 10대 제자 2명을 상대로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위계 등 간음)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유도 관련 대학 진학을 희망하던 만 16·17세 제자 2명을 성폭행했다. 왕씨는 자신을 동경하던 제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일방적이고 지속적으로 성관계나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

왕씨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줄곧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부모에게 “피해자가 먼저 성관계를 제의했다”고 거짓변명을 했으며, 구속 이후에도 지인들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피해사실 번복과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는 법정에서도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동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같은 주장에 대해 “왕씨가 피해자들의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피해자 연령과 당시 정황을 보면 왕씨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압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성적 가치관에 따른 능동적 선택이라기보다는 왕씨와 교류하기 위해 마지못해 선택한 수단”이라며 “왕씨도 이 점을 인식하고 종용을 통해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법원은 “왕씨 행위는 아동복지법이 금지하고 있는 아동인 피해자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고 왕씨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왕기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2007·200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한국 남자 유도 73㎏급 간판이었다. 대한유도회는 왕기춘 구속 이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왕씨를 영구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