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청약·분양권·임대사업' 3박자 규제 칼 뽑는다
by이진철 기자
2017.07.09 19:00:02
고민 깊어지는 文정부 부동산 안정책은
청약통장 가입기간 늘리고 가전제 비율 40%→50%로 확대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 땐 세제·금융지원 확대 검토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 방향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막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과열된 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에 이어 1순위 청약자격 요건도 강화해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시장을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다주택자의 임대사업 등록도 양성화하면 6·19 부동산 대책의 대출규제와 함께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가 본격 발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김현미 장관이 지난달 취임사에서 “다주택자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 주범”이라고 지목한 데 이어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단기적인 투자 목적의 수요가 청약 과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서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의 윤곽을 읽을 수 있다.
김 장관은 신규 분양 아파트를 공급할 때 청약가점제의 비율을 높이고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현재 6개월과 1년인 1순위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2014년 9·1부동산 대책 이전 수준인 최대 2년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침체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2015년 2월 말부터 청약 1·2순위를 1순위로 통합하고, 수도권 통장 가입자의 1순위 인정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축소했다. 지방은 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줬다. 이후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등 인기 지역은 분양권 전매차익을 얻기 위해 청약통장을 만들어 1순위 청약을 하고, 당첨되면 6개월에서 1년 뒤 또다시 통장을 만들어 청약을 하는 ‘청약 쇼핑족’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국토부는 현재 청약조정지역 내 40%인 가점제 적용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부양 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점수화해 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청약가점제 적용과 1순위 요건 등의 변경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실수요 위주의 분양시장을 조성한다는 큰 틀의 방향을 두고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산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을 보이는 지방 민간택지에서 공급된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제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특정 지역 규제 또는 부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하반기부터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과열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입주자격 및 1순위·재당첨 제한, 분양권 전매제한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된 지역에는 청약규제를 완화하거나 금융·세제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난해 11·3부동산대책 이후 청약과열 풍선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부산이 분양권 전매제한의 첫 적용대상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달 전국 청약조정대상지역을 40곳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6·19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산에 대해 분양권 전매제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임대인의 자발적인 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앞서 우선 자발적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등록을 하는 집주인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임대인들은 소득노출에 대한 우려와 임대료·임대기간 등의 통제가 싫어 등록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양도소득세·재산세 등의 세금 감면 및 주택기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최소 4년간 의무 임대, 임대료 상승폭 연 5%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국토부는 집주인이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오는 18일부터 시행한다. 그동안 다가구주택은 법적으로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집주인이 살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유인책으로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이 활성화되면 앞으로 임대소득의 과세 기반도 마련될 수 있다. 김 장관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고 있는 바가 없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야 다음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우선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