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달인..허구연을 만나다

by배재억 기자
2011.11.03 16:38:05

[이데일리TV 배재억 PD] “후지카와가 무너지면 후지산이 무너지는 거예요. 후지산이 사라졌네요” “공이 잡히는 줄 알았는데 독도를 건너 마라도까지 갔어요”

지난 2009년 'WBC(World Baseball Classic)' 한일전에서 유쾌하고 통쾌했던 해설의 주인공 허구연.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해설가’라는 영역을 일궈온 주인공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야구계의 스마트 해설위원으로 알려진 그의 ‘벼나구(변화구)‘ 많았던 야구 인생을 들어봤다.

                        

A. 9시에 나와서 미국 메이저리그 보고 저녁 되면 국내나 일본 프로야구 중계하면서 시즌 중에는 매일 그렇게 지낸다. 최근에는 ‘야구발전 실행위원회’를 맡아 구단 창단이나 아마추어팀 지원문제 그리고 우리야구의 국제화 문제들로 더욱 바빠졌다.

A. 경남고, 고려대 선수 생활을 거쳐 만 31세에 해설가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의 형식을 구축하는데 주위의 저항도 있었지만, 해설은 나에게 언제나 신나는 도전이었다. 좋은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처럼 항상 긴장하지만 마치고 나면 항상 부족하고 아쉽다. 특히 최근에는 뉴미디어의 발달에 의해 야구팬들의 층도 다양해져서 더욱 공부하고 노력해야만 된다.

A. 어록이 아니라 경남 진주 출신으로 그저 사투리를 고치지 못하는 거뿐이다. 그리고 유도에서 종주국인 일본의 용어를 사용하듯, 야구는 미국에서 온 거니까 미국 용어를 사용하든지 우리말로 풀어서 써줘야 된다. 일본식 잔재 용어인 ‘포볼’을 ‘베이스 원볼’로 바꾸고 이 외에도 많은 걸 바꾸었기 때문에 요즘은 많은 분들이 별 저항 없이 듣고 있다. 내가 68년도에 일본에 고교 선발팀으로 갔을 때 너무 잘 사는 일본을 보고 일본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기고 싶었다. 용어에 집착하는 것도 그 때 영향이 큰 거 같다.

A. 양적인 면에서는 일본야구가 우위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일본보다 훨씬 늦은 82년도에 프로야구가 출범했는데, 미국식 힘과 스피드의 야구와 일본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야구를 접목시키며 많이 좋아졌다. 지금도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나 힘은 일본보다 좋다.



A. 일본에 진출해서 우리나라 선수가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필리핀이나 대만 선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홈런과 타점을 마구 올린다면 선수들은 더욱 견제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대표팀 요미우리에서 4번을 치던 이승엽 선수도 많은 견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가 한국에 돌아와서 삼성 유니폼을 입는다면 적어도 25-30개 정도의 홈런을 치며 팬들에게 큰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대호 선수는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해서 가야된다. 덥고 습한 일본에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체력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 모두를 잘 극복해야 된다.

A. 1985년 청보 핀토스 감독(57전 15승) 당시 성적 부진으로 그만두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감독제의를 4번 더 받았다. 하지만 해설하는 게 제일 좋고 내가 야구계에서 해야 될 영역이 이거라고 생각한다. 야구 선수나 감독들이 운동장에서 땀 흘릴 때 행정적이나 대외적인 업무들을 지원하는 역할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A. 스포츠맨이 덕(德)과 지(智)를 갖추게 되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체력뿐 아니라 협동심, 투지, 끈기도 있기 때문에 그것들만 보충한다면 굉장히 멋진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선수들이 봉사나 기부 같은 사회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 운동선수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명예가 목적이여야 된다.

A. 야구계는 지금이 굉장히 중요하다. 2015년부터는 전국 대부분이 2만 5천석이상의 야구장을 건립하고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해야 된다. 프로팀은 늘지만, 지금 고등학교 팀이 53개밖에 없다는 것은 야구 전반의 인프라가 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이해 정말 긴장하고 겸손해야 되고, 앞으로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

A. 실제로 야구가 갖는 가치는 매우 크다. ‘롯데자이언츠’가 부산에서 일 년에 80게임을 하는데, 이것은 롯데가 부산 시민들에게 축제를 열어주는 것이다. 롯데가 한 게임에 2억을 투자한다면 일 년에 160억을 부산 시민들을 위해서 공유하는 거다. 이제는 그 가치를 아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롯데자이언츠’가 연고지를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지 않는가.

A. 기존구단들은 팀이 많이 생기는 걸 달가워하진 않지만 9구단 ‘NC다이노스’의 출범이 한국 스포츠사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 동안 지자체는 야구장을 지어놓고 임대료 받고 아무 서비스도 안했지만, 창원은 외국처럼 운동장도 지어주고 명칭 사용권과 운영권도 구단에 주는 모델이다. 이런 선진국형 모델이 훗날 굉장히 큰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실 기업이 구단 운영을 스포츠산업으로 키워 나가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시에서 다 했던 샘이다. 관중이 늘면 임대료 올리고 구단들은 계속 적자에 힘들어 하고 선수들은 연봉이 안 올라가는 악순환을 겪어 왔다.


A. 좋은 해설가가 많아져서 야구도 재밌어지고, 야구 발전에 도움도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하면 야구용어를 제대로 정립해 놓은 해설자, 유익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정진시킨 해설자, 또한 지상파와 케이블의 영역을 넘나들 줄 아는 해설자라는 소리 들으면 제일 좋을 거 같다.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