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기업들 휘청휘청..`시대변화 못따라갔다`

by양미영 기자
2011.10.04 15:30:54

코닥·AA·야후 등 파산·인수설 `난무`
시대 변화흐름 놓쳐..위기 넘긴 기업들도 `눈길`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잇따라 휘청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부진이 심화하며 업황이 악화된 영향도 크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131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스트만 코닥은 현재 파산보호 신청을 검토 중이다. 최근 특허자산 매각에 나섰던 것도 경영난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 최근 1년간 아메리칸에어라인즈(AA) 주가 추이. 1년사이 4분의 1토막이 났다(출처:마켓워치)
3일(현지시간)엔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 중 하나인 아메리칸에어라인즈(AA)도 파산보호 신청설에 휩싸였다. 최근 실적 부진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도 파산설이 증폭되면서 AA의 모회사인 AMR의 주가는 전일대비 33% 폭락했다.

한때 최고의 포털사이트로 군림했던 야후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중도에 퇴출당한데다 인수설도 계속 나돌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야후가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닷컴이 야후 인수에 나선다는 굴욕적인 소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를 호령했던 이들이 힘없이 몰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전반이 부진한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소비가 줄면서 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것.

그러나 이들 세 기업엔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다. 코닥은 1880년에 설립된 후 줄곧 필름과 카메라 사업에 주력했고 한때 이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아날로그 필름에만 집착하면서 필름이 전혀 필요없는 디지털 카메라를 완전히 간과하는 대오를 범했다.



AA도 경쟁사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타항공사와의 합병으로 시너지를 키우는 동안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결국 AA는 세계 최대 항공사라는 타이틀을 내줬고 미국의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L)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들고 치고 나오는 사이 야후는 인터넷 시대의 변화를 간과하며 기존의 사업모델을 고집했고 결국 시장점유율을 빼앗겼다는 평가다. 특히 야후는 자신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인수설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05년 야후가 알리바바 지분 39% 인수한 뒤 불과 5년여만에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외에 최근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나 야후와 합병을 논의했었던 AOL도 시대에 뒤처진 예다. 휴렛패커드(HP)도 PC 판매 부진과 함께 CEO까지 교체되며 뒤숭숭한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기업들은 흥망성쇠를 반복하고 실패를 통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만 해도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보호신청을 하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GM은 자금난에 허덕이다 지난 2008년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2009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불과 2년 사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으로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는 상황을 바뀌었고 지난 1분기엔 21년만에 최고 실적을 거뒀다. 

미국 대표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도 금융위기 당시 금융부문인 GE캐피탈이 고전하며 고초를 겪었지만 이후 비교적 견고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코카콜라나 월마트 등 다른 미국 전통기업들도 명성만큼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