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석 기자
2001.09.26 18:42:22
[edaily] 주식시장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0.72포인트 오른 472.85포인트로 끝마쳤고, 코스닥지수도 0.29포인트 상승한 48.91포인트로 마감했다. 두 시장 모두 고개를 살짝 들었지만 움직임은 거의 정체된 모습이다. 선물지수는 그러나 0.05포인트 떨어진 57.35포인트를 기록했다. 역시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증시를 둘러싼 주변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추석 연휴기간 중 사흘 간 휴장으로 인한 변동성 우려감이 투자자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누구도 주식을 들고 가는 게 나은 것인지, 팔고 가는 게 나은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저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공감대만 형성되고 있을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나간 세월을 반추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올 들어 증시를 통해 상대적으로 많이 접한 단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시장관계자들은 아마도 경기와 금리, 구조조정, 그리고 기업실적과 관련 어닝시즌 이라는 단어도 못이 박히도록 듣지 않았나 생각된다.
특히 금리는 미국의 연준리가 연초에 전격적인 인하조치를 취한 이후 연중 내내 시장의 주요변수로 자리잡았고, 미국의 분기별 기업실적과 주요 경제지표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꿰뚫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거시 경제적 용어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미국의 테러 사태 발생이후엔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라는 단어들이 시황분석에는 약방의 감초 격으로 뒤따랐다. 그만큼 예측과 전망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금(보물선)"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증시에서 올처럼 "금" 얘기가 많이 나온 해는 없었다. 지난해말 동아건설의 보물선 탐사 건으로 시작된 보물선 소동은 최근까지도 시장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문득 떠오르는 종목만도 인터피온 삼애인더스 대아건설 흥창 현대상사 등을 꼽아 볼 수 있다. 꼭 "금" 때문은 아니지만 동아건설은 퇴출됐고, 인터피온과 삼애인더스는 곤혹을 치루고 있다. 흥창은 부도가 난 상태다.
보물선과 관련해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증권업계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보물선의 허실을 꼬집으며 위험도 경고했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론 보물선의 탐사결과와는 상관없이 수익률을 챙긴 사람도 있다. 그러나 투자손실을 본 투자자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보물선에서 금을 건질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서도 대박의 꿈을 쫒다가 낭패를 본 꼴이다. "서부로 서부로.." 금을 찾아 떠난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쉬 상황이 21세기 들어 서울증시에서 재연된 것이다.
이 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투자행태는 보물선에서 그치지 않고 파생상품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옵션거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중 옵션거래는 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3조1천억 원에 비해 2.5배 이상 늘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조급해지면서 현물에서 선물로, 또다시 선물에서 옵션으로 투자대상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면서 "고수익을 쫒는 투자행태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자신의 투자행태를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정석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 관계자는 조언했다.
가끔은 시장에서 늘 접하는 단어들을 통해 시장이 투자자에게 전하고 있는 메시지를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만약 투자손실을 입었다는 잊는 게 낫지만, 흘러온 투자행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곤란하다"는 투자격언도 곱씹어 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