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 풍선’ 사건에 중국 글로벌 스파이 활동 조명”

by김윤지 기자
2023.02.07 12:10:27

중남미서도 목격…과거 대만·日 출몰
中 군 고도화 목적?…“위성 관측 너무 낮아”
풍선 잔해로 기능·美기술 포함 여부 분석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미국 영공에 침범했다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다시 관심받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격추된 후 추락하는 모습(사진=AFP)
앞서 지난 4일 미국 고위 당국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유사한 풍선이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5개 대륙에서 포착됐다면서 중국이 정찰 풍선 선단(船團)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해군과 공군 기지가 있는 괌 인근뿐만 아니라 텍사스, 플로리다, 하와이 주변에서도 과거 발견됐다고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미국 영공에 진입한 중국 정찰 풍선을 파악했고, 영공 침입 1주일 만인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해당 풍선을 격추했다. 이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들 상공에서도 풍선 추정 물체가 목격됐다.

대만에서도 중국 풍선이 2021년 9월과 지난해 3월 등 두 차례 발견됐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지난 5일 대만 중앙기상국 정밍뎬 국장은 풍선이 군사 기지로도 사용되는 타이베이 쑹산 국제공항에서 몇 시간 동안 맴돌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2020년 6월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 2021년 9월 아오모리현에서 유사한 풍선이 발견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으로 집권하면서 지휘구조 개편, 군함, 미사일 비축까지 모든 것을 고도화하는 등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어 군을 정비했다”면서 “여기에는 우주 근거리 지역에 대한 투자도 포함한다”고 전했다. 즉 ‘우주 근거리 지역’ 대부분이 비행기로 관측하기에 너무 높고, 위성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풍선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격추된 풍선 잔해를 수집 중이다. 미국은 이를 분석해 풍선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능 등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풍선이 미국이나 동맹국의 기술을 포함하는지 등도 관심사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마이클 라스카 교수는 “‘정찰 풍선’ 제조를 누가 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미국 관리들이 잔해를 통해 관련 시스템의 데이터나 소프트웨어 코드 등에 접근할 수 있다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격추 작전을 지휘한 미군 북부사령부의 최고지휘관이자 북미방공사령부(NORAD) 사령관인 글렌 밴허크 장군은 이날 격추된 풍선 잔해를 정보 당국과 사법 당국과 공조해 철저히 분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NORAD가 과거 미 영공을 침입한 풍선 탐지에 실패했으며, 이후 미 정보 당국을 통해 과거 북미에 접근하거나 북미를 횡단했던 정찰 풍선에 대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미국은 물론 중남미에서 발견된 풍선 역시 자국 비행체에 대해 기상 관측 등에 사용되는 민간용으로, 기후 등 영향으로 우발적으로 미국 영공에 진입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 같은 상황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냉정하고 전문적이며 절제된 방식으로 적절히 대처할 것”을 미국에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