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기 지원금 54조 긴급 투입…부양책 다시 꺼내나

by신정은 기자
2021.09.02 13:13:33

국무원, 리커창 주재 상무회의 열어
"안정적 성장, 고용 보장 위해 中企 보호"
수출·제조업 PMI 등 각종 지표 예상 밑돌아
하반기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도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 올해 초 빠른 경제 회복 속에서 유동성 회수 움직임을 보였던 중국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50조원대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이 다시 부양책을 꺼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인지 주목된다.

2일 중국 정부망(政府網)에 따르면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 상무회의에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올해 재대출 규모를 3000억위안(약 54조원) 추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주는 신용 대출로, 특정 대상에게만 대출해주도록 지정한다. 이번에는 지방 소재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재대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최근 중국 경기가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에 빠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무원은 “안정적 성장과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중소기업 보호가 중요하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경영 비용 증가, 코로나19 영향 등에 대응해 시장 안정책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경제가 합리적 구간에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만에도 비상 시기에 펼쳤던 통화 정책을 다시 회수하면서 유동성을 축소해왔다.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부채 문제 등 위험 요인을 걷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8.3%로 최고점을 찍은 후 2분기 7.9%로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보다 더 강력한 통제 조치를 실시하면서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나둘씩 낮추기 시작했다.



중국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 (그래픽=김정훈 기자)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던 수출 지표가 악화된 가운데 전날 발표된 차이신(財新)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2로 작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진입하는 등 굵직한 경제 지표가 모두 예상을 밑돌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반기 경기 둔화 속도가 너무 빨라지지 않게 관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올해초 경기가 좋았을 때도 안정적인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국무원은 “국제 환경의 변화와 경제 주체의 실제 수요를 바탕으로 정책 여력을 보강할 것”이라며 “일부 기업 지원 정책의 기간이 끝날 땐 후속 정책이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안정적이고 건강한 경제 발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팅 노무라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낮춰 장기 유동성을 더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7월 은행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려 1조위안(약 177조 원)의 장기 자금을 공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작년 4월 이후 15개월 만에 다시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왕타오 UBS투자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과 가계소득이 코로나19 이전 성장 궤도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통해 재정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