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8곳 닻 올렸다…남은 변수는

by정두리 기자
2021.01.15 10:41:54

흑석2·양평13·신설1 등 8개 구역 후보지 선정
3월 신규구역 기대감도…성북1·장위9·한남1구역 거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수요 유입도 원천차단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정부가 서울 주택공급 방안으로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이 드디어 공개됐다. 새해 들어 처음으로 구체적인 주택 공급 방안이 발표된 것이다. 각 후보지들이 고밀 개발이 가능한 역세권에 있는 만큼 서울 도심에 4700여 가구가 추가 공급될 전망이다. 이를 기점으로 3월에는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라서 대상 단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 기조가 공급에 초점을 맞춘 만큼 최대한 후보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날 공공재개발사업의 첫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을 선정·발표했다.

공공재개발은 SH와 LH가 공공 시행사로 참여하는 재개발사업이다. 용적률 상향(법적상한의 120% 허용),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재개발 사업 기간을 5년으로 줄여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시범사업지는 구체적으로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이다. 이 구역은 기존 1704가구에서 재개발이 끝나면 4763가구로 늘어난다.

이번 후보지 선정은 지난해 9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한 70곳 중 도시재생지역 등 공모대상이 아닌 10곳을 제외한 60곳 가운데 검토·심사가 용이한 기존 정비구역 12곳을 대상으로 했다. 모두 지하철역을 낀 역세권이지만 사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재개발 사업이 평균 10년 이상 정체된 곳들이다.

흑석뉴타운의 노른자위 땅이라고 평가받는 흑석2구역(4만5229㎡)은 용도지역이 2종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돼 있으며 용적률은 450% 이하가 적용된다. 현재 세대수는 270가구지만 재개발이 마무리되면 1310가구로 늘어난다.

양평13구역(2만2441㎡)은 준공업지역으로 2010년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했으나 분양여건 악화에 따른 수익성 부진으로 사업이 정체됐다. 향후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300%로 완화된다. 종전 360가구에서 618가구로 탈바꿈된다. 신설1구역(1만1천204㎡)은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용적률이 250%로 묶여 사업성이 좋지 않았으나 공공재개발을 통해 법적상한의 120%인 300%로 올리고 다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종전 389가구에서 618가구로 늘어난다.

이밖에 용두1-6구역(1만3633㎡)은 270가구서1310가구로, 봉천13구역(1만2272㎡)은 169가구서 357가구로, 양평14구역(1만1082㎡)은 118가구서 358가구로, 강북5구역(1만2870㎡)은 120가구서 680가구로 세대수가 각각 늘어난다. 광화문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신문로2-12구역(1249㎡)은 242가구가 신규 공급된다.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8곳은 주민 동의를 거쳐 LH·SH가 공공시행자로 지정된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특례가 적용된 정비계획을 수립해 이르면 연말까지 후보지를 ‘공공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최종 확정해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2020년도 공모에 참여한 신규구역 56곳 중 도시재생지역 등 공모대상지가 아닌 곳을 제외한 47곳에 대해서도 3월 말까지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가 공공주도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기조를 갖추고 있어 후보지역은 이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규구역은 기존 정비구역보다 좀 더 면밀한 적격 평가가 요구되겠지만 국토부 기조가 공급에 초점을 맞춘 만큼 최대한 후보지를 늘리지 않겠냐”고 봤다.

공공재개발 신규구역 신청지 가운데 성북1구역은 주민동의율이 76%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장위9구역(68%), 한남1구역(60%), 원효로1가(56%) 등이 동의율 50%를 상회했다.

이번 후보지 선정을 통해 공공재개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변수는 있다. 아직 공공재개발 정책의 근거가 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소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오는 3월 신규구역 후보지를 발표하기 전까지 법안 통과를 해야 서울시도 공공재개발 사업 일정 추진에 부담을 없앨 수 있다.

당정은 도정법 개정안 처리를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의 반대를 어떻게 넘을지가 관건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 실장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사업비·이주비 지원방안 등도 빠짐없이 챙기겠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렇게 판이 깔린 이상 공공재개발을 막을 명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야당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 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공공재개발 사업 만큼은 가능성이 있고 호의적”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공공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투기적인 거래가 발생하거나 땅값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투기수요 유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번에 선정된 기존 정비구역에 대해서는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