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의혹’ 檢수사…최순실 개인비리 넘어 靑 겨눌까?

by조용석 기자
2016.10.23 18:40:00

박근혜 대통령 ‘엄정처벌’ 발언 후 빨라진 檢 수사
청와대 설립 개입인정…최순실 개인비리에 초점 예상
비덱스포츠·더블루K·정유라 학사특혜…끝없는 의혹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K스포츠 재단’을 수사하는 검찰이 주말에도 주요 참고인을 부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설립에 일정부분 관여했음을 인정한 가운데 검찰이 사태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씨의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춰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23일 미르재단 전 이사장인 김형수 연세대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초빙됐으나 비리 의혹이 커지자 지난 9월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김 교수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것 없다”고 말했지만 최순실 및 차은택 영상감독과 관련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차 감독이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을 다닐 때 교수와 학생으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날 K스포츠 재단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필승 이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김 이사를 상대로 최씨가 재단 설립 및 운영에 영향을 미쳤는지, 자금을 유용했는지 등을 집중 수사했다. 검찰은 같은 날 K스포츠 재단을 담당한 전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달 29일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에 대해 고발했을 때만 해도 사건 배당에만 일주일이 걸렸던 검찰은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불법이 있다면 엄정처벌’을 지시한 이후 수사팀 검사를 종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관련자를 잇달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인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와 실무자 2명 그리고 재단 설립과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 22일에는 출연금 의혹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문체부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전 미르재단 이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법조계과 정치권에서는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발언을 토대로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배경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면서 논의과정을 거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라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박 대통령은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연관된 재단설립은 문제가 없다고 상세히 설명한 반면 최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엄정처벌’을 강조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이 사실상 ‘청와대 뜻’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이 재단설립과정 특혜, 기금 조성과정에서 청와대 압박 등 외부 개입여부를 조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권력형 비리 수사가 아닌 최순실씨 개인의 재단 비리 수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받은 검찰이 재단설립 과정은 놔두고 최씨 개인비리에 집중해 수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측근을 대거 투입해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과 자금 유용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K스포츠 재단은 현재 최씨의 딸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의 승마훈련지원을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K스포츠 재단의 현 이사장은 정동춘씨는 최씨의 단골 스포츠 마사지 센터 운영자로 알려졌다.

최씨 모녀가 지난해 7월 세운 비덱 스포츠는 K스포츠 재단이 대기업에 제안한 80억원 규모 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재단 자금이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을 받는다. 비덱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훈련을 받을 당시 묵었던 타우누스 호텔을 매입하기도 했다.

또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설립한 더블루케이 역시 K스포츠 재단 자금을 독일로 빼돌리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더블루케이 독일법인 경영자이자 한국법인 이사인 고영태씨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고씨가 대표로 있는 ‘빌로밀로’가 제작한 핸드백을 애용했다.

또다른 의혹은 차은택 영상감독과 관련이 있다. 고영태씨의 소개로 최씨를 소개받은 차 감독은 이후 최씨를 등에 업고 문화관련 각종 국책사업을 수주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또 최근 차 감독의 측근이 대기업 광고까지 대거 수주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최씨의 딸은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과정에서 특혜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3일 최근 사퇴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최씨 모녀를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