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과 질서가 공존하는 `四季` 속으로

by오현주 기자
2012.06.05 18:00:01

`실내악의 전설` 이무지치
60주년 월드투어 한국서 마침표
기타리스트 김세황 협연
클래식과 록의 앙상블 기대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5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무지치 현악합주단(사진=아카디아)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이무지치는 언제나 그 비슷한 유형의 그룹에서 모델이 돼 왔다. 음의 미묘한 차이, 균형, 악구를 가장 정교하게 표현할 줄 알며 충동적인 리듬의 불안정이나 부정확은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이들은 이무지치 현악합주단이다. 이무지치는 곧 `실내악 전설`의 다른 말이다. 지난 반세기 넘게 그래왔다.

이 `전설`이 그 세월을 기념하는 60주년 월드투어를 한국에서 마무리한다. 의미 그대로 `레전더리 이무지치 60th` 내한공연이다. 지난해 유럽투어를 시작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았던 그들이 이번 한국무대를 종착점으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무지치 실내악단이 창단된 건 1952년. 이탈리아 명문 산타체칠리아음악원 출신 연주자들이 모여 결성했다. 이무지치(I Musici)는 이탈리아어로 `음악가들`이란 뜻이다. 바이올린 6명, 비올라 2명, 첼로 2명, 더블베이스 1명, 쳄발로 1명 등 12명 멤버 수는 지금껏 그대로다.



이무지치의 강점은 열정적이지만 그럼에도 과욕을 부리지 않는 정제된 스타일에 있다. 테크닉은 정교하고 소리는 역동적이다. 흠잡을 데 없는 예술적 기교는 현악4중주단 같은 음의 섬세함을 잃지 않으면서 현악오케스트라가 추구하는 웅장한 사운드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이를 무기로 이무지치는 바로크·낭만파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음악가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완벽한 앙상블을 추구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곡은 비발디의 `사계`. 아무리 클래식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또 전혀 의도한 바가 없다 해도 누구나 한번쯤은 이들이 연주하는 `사계`를 들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이무지치는 비발디 `사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고 그 곡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 중 하나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 증거는 레코딩 판매고로도 나타난다. 이들의 `사계`는 지휘자 카라얀과 더불어 전 세계 클래식부문 음반판매량에서 흔들리지 않는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 이무지치의 악장 안토니오 안셀미와 협연을 펼칠 기타리스트 김세황(사진=아카디아)

이무지치가 연주하는 비발디의 `사계` 전곡을 이번 60주년 공연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다만 좀더 특별하다. 1990년 이탈리안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선정됐던 젊은 악장 안토니오 안셀미의 재해석이 가미됐기 때문. 그가 이끄는 `사계`는 정확성과 견고함을 유지하되 다이내믹한 정열이 강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마르코 엔리코 보시의 `골도니아니 간주곡`,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영화음악, 김한기 창원대 교수가 헌정한 `아리랑` 초연을 레퍼토리로 준비했다.

평범치 않은 무대가 하나 더 있다. `속주의 대가`로 불리는, 그룹 넥스트 출신 기타리스트 김세황과의 협연이 그것이다. 이무지치가 그의 기타실력에 반해 흔쾌히 수락했다는 이번 협연에서 연주될 곡은 루이스 바칼로프의 `콘체르토 그로소`. 바칼로프는 1996년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다. 클래식과 록의 대단한 만남은 양쪽 팬 모두에게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다. 이날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의정부·대구·진주·안양·부산·전주 등에서 23일까지, 전설이 내뿜는 선율은 전국으로 퍼진다. 02-6249-4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