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최악

by좌동욱 기자
2008.11.12 18:19:06

내년 신규 취업자 10만명 안팎..카드대란 이후 최악
일용직·자영업자 `직격탄`..비정규직법 확대적용 탓
기업들 고용 꺼려..향후 전망도 `불투명`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실물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고용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내년에 세계 경기와 내수 침체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고 있는 탓이다. 일자리 감소로 가계가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 매출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이 다시 고용을 꺼리게 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등 경기 변동에 취약한 계층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는 2384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비 9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 지표로만 따지면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5년 2월 8만명 이후 3년8개월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과거 통계지표의 흐름을 더 따져보면 현재의 고용 상황이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5년만에 최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규 취업자수는 2004~2005년까지 2년간 2005년 1월과 2월을 빼면 꾸준히 20만개 이상을 웃돌았다. 2005년 1~2월 취업자 증가폭이 급격히 둔화된 이후는 2003년 신용카드 대란에 따른 기저효과로 2004년 1월과 2월 취업자수가 각각 37만4000명, 50만7000명씩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2004년 1~2월엔 경기 요인 외 2003년의 신용카드 사태로 인한 기저효과와 2004년 4월 총선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신용카드 사태로 인한 통계적 시차가 2005년까지 지속됐다는 의미다. 


KDI 역시 앞으로 고용 지표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DI는 이날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신규 취업자수가 연평균 10만명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조동철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내년 우리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고용 창출"이라며 "연 평균 취업자 증가폭 10만명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년대비 연 평균 취업자 증가수는 ▲2001년 41만6000명 ▲2002년 59만7000명에서 카드대란이 터진 2003년엔 -3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2004년 41만8000명으로 올라선 후 2005~2007년까지 3년간 약 30만명 수준을 유지했다. ()



고용 지표의 질을 따져봐도 좋지 않다.

우선 자영업자, 임시 일용직 등 경기 변동에 취약한 계층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임금근로자 중 정직원을 의미하는 상용근로자는 10월 31만3000명(3.5%) 증가했지만 임시직(계약기간 1달~ 1년 미만)과 일용직(계약기간 1달 미만) 근로자는 각각 8만5000명(1.7%), 6만1000명(2.8%) 감소했다. 임시직 취업자 수는 2007년 10월 이후 1년째, 일용직 근로자는 올해 2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다.
 
김정운 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경기적 요인 외에 제도적 요인으로 지난해 7월1일부터 비정규직 보험법이 시행된 후 비정규직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임금근로자 중에서는 자영업자가 11만1000명(1.8%) 줄어든 반면 주부 등 무급 가족종사자는 4만1000명(2.8%) 증가했다. 내수 침체로 인해 문을 닫는 영세 자영업체 수가 증가하는 한편 여성의 일자리수는 줄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별로 따져봐도 일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의 일자리 수가 감소했다. 내수에 민감한 건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수가 각각 3만8000명(2.0%), 5만2000명(0.9%)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기·운수·통신·금융업 취업자 수도 4만3000명(1.8%) 줄었다.

실물경제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취업자수도 6만3000명(1.5%)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2005년 1월 이후 3년8개월 연속으로 줄고 있다. 유일하게 늘어난 취업자수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으로 작년보다 30만6000명(4.0%) 증가했다. 이는 월 10만개 수준의 신규 취업자수도 정부의 공공서비스 일자리 정책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정부가 내년 재정지출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고용 창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 지도 의문이다.
 
10월 건설업 신규 취업자 수는 작년보다 2.0%(3만8000명) 감소, 취업자 감소폭이 가장 컸다. 건설업 신규 취업자 감소율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1% 미만으로 유지됐지만 올해 3월 이후 1%~3%선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보더라도 건설 경기 선행지표인 국내건설수주는 지난 6월 -23.4%, 7월 -13.0%, 8월 -7.6%, 9월 - 40.4%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이 역시 공공부분 발주는 늘고 있지만 민간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주량을 까먹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용 지표는 통계지표 중에서도 경기 종합지표와 선행 지표의 성격을 갖는다"며 "기업들이 앞으로 경기 전망에 따라 고용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