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특수경비직 채용시 정신질환자 배제는 차별"

by이소현 기자
2023.01.05 12:00:00

경비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의견표명
"질환 경중 없이 ''잠재적 위험자''로 전제"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5일 정신질환자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경찰청장에게 경비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앞서 인권위에 특수경비직 채·배치 시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진정이 제기됐다. 진정인 A씨는 B공장 특수경비직에 응시해 면접시험을 통과하고 신입교육 안내까지 받았으나,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피진정인 측은 경비업법과 같은 법 시행령 규정에 따른 자격심사 과정에서 관할 감독기관인 경찰서로부터 배치불가 사유를 통보받아 진정인을 채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회사 측이 진정인을 자의적으로 채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경비업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자격심사 과정에서 관할 감독기관인 경찰서로부터 배치불가 사유를 통보받아 채용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진정은 인권위법에 따라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특수경비직 자격을 제한하는 경비업 관련 법령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의견표명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경비업법 제10조 제2항 제2호에서는 특수경비원 결격 사유를 “심신상실자, 알코올 중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 경비업법 시행령 제10조의2 제3호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자’를 “정신질환이나 정신 발육지연, 뇌전증 등이 있는 사람. 다만, 해당 분야 전문의가 특수경비원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해당 법령이 정신질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위험자’ 또는 ‘업무처리 능력이 없는 자’로 전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자격획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는 하나, ‘특수경비직에 적합하다’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단 시 참고할 만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경비업 관련 법령의 결격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봤다. 인권위는 2018년 4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따라 자격·면허 취득을 차단한 노인복지법 등 27개 법령을 정비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후 많은 법률이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중증 정신질환자’에 국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바 있다.

더욱이 법 취지와 달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인권위는 “경비업법 제10조 제2항을 현행과 같이 개정(2021년 1월 12일)한 목적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피한정후견인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후 시행령에서 특수경비직의 결격사유에 대해 모든 정신질환자를 포괄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오히려 피한정후견인을 비롯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