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새 국면`..자금지원 급물살(종합)

by이정훈 기자
2014.02.24 14:22:10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5월 조기 대선 실시
EU와 통합도 재추진..IMF-EU 등 지원여부 타진
새 정부 구성-경제구조 개혁 등 변수로 떠올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극도의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5월에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뤄지게 됐다. 대통령 권한 대행은 유럽연합(EU)과의 통합도 재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해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금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신속하게 새 정부를 꾸리고 경제구조 개혁을 시작할지에 따라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지가 좌우될 전망이다.

◇ 야권, 정계 주도권 탈환..EU와 재통합

8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며 3개월여동안 혼란이 계속되던 우크라이나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잡는 방향으로 상황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의회(라다)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유일한 합법 권력기구를 자임하면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과 5월 조기 대선을 선언했다. 또 5월25일을 대선일로 확정하며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의회에 대폭 분할한 2004년 헌법을 되살리기로 한 결의안도 채택했다.

또한 대중적 지지가 높은 야권의 대표적인 지도자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도 2년 6개월만에 전격 석방되며 대선에서의 야권 세몰이에 힘을 보태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의회로부터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겸임하도록 권한을 받은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신임 의장은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작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투르치노프 의장은 “우크라이나 경제는 현재 디폴트 직전의 상황”이라며 “러시아와 공평한 우호관계를 정립하면서 유럽과의 통합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 서구-러시아 등 자금지원 급물살



이같은 상황 변화에 맞춰 서구사회와 러시아 등의 지원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각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악의 결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G20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논의됐다”고 소개한 뒤 “경제구조 개혁 이행을 조건으로 IMF가 구제금융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제안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규모는 이전에 EU 당국이 우크라이나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가로 지원할 것을 검토했던 규모인 7년간 200억유로를 넘을 것으로 점쳤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우방인 러시아가 지원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반가운 대목이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가능한 한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상화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말 우크라이나가 EU와 경제협력 협상을 중단하는 대가로 1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뒤 지난달 30억달러를 첫 집행했지만, 지난주에는 정정 불안을 이유로 추가 20억달러 집행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 새 정부 출범-경제구조 개혁이 관건

다만 서구권이나 러시아 모두 우크라이나에서 신속하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경제구조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이날 회의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새 정부가 경제 개혁을 시작한다는 점이라도 보여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MF는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가격 단계 인상, 환율 평가 절하, 정부 예산 대규모 삭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당장 150억~2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순방을 취소한 뒤 2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 외교안보국은 이날 성명에서 “애슈턴 대표가 핵심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 지속적인 정국 위기 해결 방안과 경제 안정을 위한 EU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애슈턴 대표도 이날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우크라이나의 단합과 영토 보존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