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휴대전화 커닝] 각학교 "일진회" 주축… 부정 대물림 의혹

by조선일보 기자
2004.11.22 20:33:54

끈끈한 "연합체" 조직·동원력 과시
"2~3개교 더 있다" 갈수록 늘어나
"학생 다친다" 압력에 당국 소극적

[조선일보 제공] 수능시험 휴대전화 부정사건으로 시 전체가 발칵 뒤집힌 22일, 광주광역시 A고 2학년 김모군을 비롯한 다수의 고교생들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각 학교 일진회(一陣會) 멤버들이 주축이 됐다"고 말했다. 속칭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한다`는 뜻으로 10여년 전 일본 고교생 사회에서 처음 등장해 한국으로 수출된 `일진회`가 이번 사건에서 처음 거명된 것이다. 이같은 증언이 사실일 경우 이번 사건 연루자는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141명)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본지 인터뷰에 응한 B고 2학년 이모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선배들이 수능시험과 직접 이해 관계가 없는 2학년생 다수를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같은 동아리 멤버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공식 수사 브리핑에서 `일진회`라는 용어를 거론하진 않았으나 이들이 처음 알려진 것보다는 매우 긴밀한 관계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이날 구속된 고교생 6명 대부분은 같은 J중학 출신으로 J고교에 진학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우미` 역할을 한 37명 역시 5~6개 중학 출신의 `연합체`였으며 이들 역시 평소 서로 잘 알고 지낸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결과 드러난 숫자만 140명을 넘는 규모인데도 이번 수능시험 전까지 5회나 예행 연습을 했고 마지막으로 고시원을 빌려 최종 예행 연습을 한 것도 이들의 `조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고시원을 장기 임차할 경우 이런 사실이 외부에 새어 나갈 것을 우려, 하루만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본지 취재에 응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놀라운 내용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에 경찰에 의해 포착된 광주시내 6개 고교 외에 2~3개 고교가 더 있다는 것이며 구체적인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일진회 멤버들이 대를 이어 조직적으로 수능 시험 때 부정을 저지르고 선배는 후배의 뒤를 봐주는 `입시부정의 대물림 전통`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사건 초기부터 각 인터넷 사이트 등에 게재된 "이런 일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잇따른 의혹 제기에 대해 경찰과 시 교육청은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 우리가 지나치게 수사를 벌이다가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아무런 확증도 없이 앞날을 망쳐 놓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책임을 지겠느냐"고 말했다. 또 광주시교육청도 이번 사건 직후 처음 향후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교육감 대신 교육국장, 중등교육과 담당 장학관 등 3명만이 참석, 대책 4개항도 부실해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지역사회의 여론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진회란… 일진회(一陣會)라는 용어가 처음 우리 사회에 등장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일본에서 유래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국내 일부 만화에 이런 용어가 사용되자 곧바로 학교 사회에 퍼졌다는 게 정설이다. 흔히 고교 사회에서 일진회는 처음엔 `싸움 잘하는 불량학생들의 모임` 정도로 인식됐으나 해가 지나면서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수준으로 변질됐으며 범위도 넓어져 고교 1~3년 일진회 간 유대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고교에서 중학교, 초등학교로까지 퍼져 이 같은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일진회 중에서도 정예 멤버들을 `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학교별 일진회 멤버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일선 교사들에 따르면 이들은 10명 정도로 구성돼 있으며, 일진회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 모 중학교 여교사(48)는 "일진회 멤버들은 남학생뿐 아니라 여학생 사이에서도 구성되고 있으며 이들은 졸업 후에도 후배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교사들은 이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