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희석 기자
2004.03.03 14:51:00
진해 안떠난다..중국 관심 여전
5년만에 외형 3배..2005년후 기대
[edaily 김희석기자] STX조선(067250)은 STX그룹의 성장동력이다. 매출액 규모가 그룹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연관성을 볼때도 조선 경기는 선박엔진을 만드는 STX(지주회사 전환후 STX엔진)의 실적에도 직결된다. STX조선은 최근 3년동안 외형이 두배로 늘었고 이런 추세라면 5년만에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수익성이 호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진해를 떠나지 않는다..중국도 포기 안한다
STX그룹은 2월중순 경상남도 경남도 및 진해시 관계자들과 함께 `STX 비즈니스 파크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으로 3년간 2006년까지 500억원을 투자해 진해시에 5000평 규모의 비즈니스 파크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오는 4월 출범하는 지주회사와 STX조선, 진해정공 및 신설되는 STX엔진(가칭)의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STX조선은 생산 시설 중국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협력업체와 경남도민들의 우려를 낳았다. 경상남도와 진해시는 STX의 도내 투자확대를 위해 수차례 접촉을 가졌다. 진해시가 STX조선의 사업 여건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기로 하고 구 진해시 정수장 부지 5천평을 제공키로 하자 STX는 OK했다. 이는 생산공장의 중국이전이 백지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STX조선이 중국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현재 조선소 규모가 너무 빠듯할 뿐만아니라 매력적인 중국여건을 무시할수 없기 때문이다. 진해 조선소의 규모는 22만평. 20~ 24척을 수용할수 있는 수준이다. 80척 이상 남아있는 수주잔량을 감안하면 여유가 없다. 효율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STX조선은 지난해 한 도크에서 20척의 선박을 진수했다. 한 도크에서 20척의 선박을 진수하는 것은 세계 최초 기록이다. 대형화된 블록 조립에서부터 선박 건조의 90% 완성 단계인 발전기 시동 작업, 자체 전원공급 작업, 의장 및 도장작업 등의 공정을 도크내에서 35일만에 완료했다. 동시에 4척을 건조하고 2척을 동시에 진수시켰다.
조선소 부족의 돌파구는 자회사 설립으로 결론을 냈다. STX조선은 200억원을 들여 창원에 선박 기자재업체인 진해정공을 만들기로 했다. 주요 핵심 선박 기자재의 수급을 원활히 함과 동시에 연간 30척 건조체제 구축을 위한 야드 확보를 위해서다. 현재 수주잔량이 80척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2년 6개월정도 살아갈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공장을 진해에서 옮기지 않기로 함에 따라 중국은 `기자재 도입기지` 형태로 활용할 방침이다. STX조선 전략기획실장 겸 재무관리실장을 맞고 있는 유천일 상무는 "중국에서 기초공사를 끝내고 국내로 들여와 나머지 1/3이나 10%정도를 국내에서 완성시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한국 상표가 붙기 때문에 제값을 받을수 있다는 계산이다.
유천일 상무는 "중형 조선소의 수급을 본다면 오는 2010~ 2012년까지는 공급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고 이후에는 바이어(Buyer) 마켓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 상무는 "공급부족 상태에서는 국내생산만으로도 유리한 점이 있지만 상황이 반대가 된다면 인건비 등을 감안해 중국쪽 생산거점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형PC선 부문 `세계 최고`..부가가치 제고 주력
STX조선은 3만~ 8만톤급 선박 건조에 특화된 설비와 레이아웃을 보유하고 있고, 석유제품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및 LPG선의 설계, 건조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형 석유제품 운반선에 있어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월말기준으로 수주잔량은 석유제품 운반선 53척, 컨테이너선 14척, 벌크선 4척, LPG선2척, 실습선 1척 등이다.
STX조선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에서 출발, 현재 중간정도인 컨테이너선과 석유제품운반선에 와 있다. 앞으로는 LPG선과 자동차운반선 등 고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선종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갈 방침이다. 아울러 여객선도 준비중이다. 전략기획실 배윤상 차장은 "한국해양대의 실습선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는 사람을 실어나르는 배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의 견제때문에 공개적으로 표방은하지 못하지만 방위산업체 지정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방위산업체로 지정된다면 규모가 조단위인 이지스함 같은 군함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 경우 STX조선은 중형 조선사에서 벗어나 대형 조선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와함께 사업구조 고도화 차원에서 특수목적의 선박 제조사업 및 선박건조기술과 엔지니어링 기술이 결합한 해양플랜트 사업도 준비중이다. 새로운 시장인 선박 리츠산업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STX조선은 `월드 베스트 조선소`라는 비전을 실현해 나갈 방침이다.
STX조선은 기술력에서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 산업자원부는 이 회사가 제작한 중형석유제품 운반선을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했다. 아울러 12월에는 STX조선이 중형 석유제품운반선 세계시장 선도기업으로서 `2003년 하반기 세계일류상품 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올해초에는 세계적인 조선 전문 연감, 영국의 `시그니피컨트 십스(Significant Ships of 2003)`지와 미국의 `마린로그(Marine Log)`지가 STX조선의 선박을 2003년의 최우수선박으로 선정했다. STX조선은 지난해말 현재 수주량 기준으로 국내 5~ 7위권에 해당한다. 시장점유율은 5.0% 수준이다.
STX가 주력하고 있는 3만 ~ 8만톤급 핸티, 마나막스급 탱커 시장은 전체 탱커 선복량(척수기준)의 62.7%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 교역량이 증가하며 점차 선박이 대형화 되고 있다. 회사측은 선박의 운항 목적과 해상 물동량의 물류 흐름을 감안하면 중형선 시장 규모가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다.
다만 한국의 조선산업이 정부 보조금의 폐지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금융과 선수금 환급 보조, 부채탕감을 통한 구조조정 등의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며 WTO에 제소했다. 우리나라도 EU국가들의 보조금 지급을 맞제소해 놓은 상태다.
◇5년만에 외형 3배로..수익성 제고는 2005년이후
최근 STX조선의 모습은 불과 3년전에 비해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당시 STX조선은 대동조선이란 이름으로 존재했다. IMF직전 한보그룹의 위장계열사로 드러나며 부도를 맞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회사의 주인은 대주주는 세양선박을 거쳐 수산중공업으로 바뀌었다. 2001년 현재의 최대주주인 STX가 1000억원을 출자하며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이후 2년만에 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상장됐다.
99년 매출액이 5%나 감소하는 등 부도가 난후 외형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법정관리를 벗어나며 매출은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매출 추이를 보면 2000년 3.6% 늘었고 2001년과 2002년 각각 35.8%와 27.3%씩 불어났다. 2003년에는 19.2% 증가 6722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 3259억원에 비한다면 불과 3년만에 두배로 급증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물량위주의 수주를 지양하는 형편이다. 선가가 올라가면 많은 수주잔량을 갖고 있는것이 오히려 부담이기 때문이다. 배윤상 차장은 "후판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환율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주변여건이 마진에 영향을 줄수 있다"며 "수주는 선별적으로 신중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은 오는 2005년까지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상이익도 05년에는 135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매출액의 경우 수주규모등을 감안할 때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수익성은 `주변환경`이라는 변수 때문에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STX조선은 자체 집계결과 지난해 영업이익 475억원에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65억원과 4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554억원에 비해 14.2% 줄어든 수준이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전년에 비해 각각 7.5%와 1.6% 감소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전년 9.8%수준에서 7.1%대로 내려갔다.
이는 원자재값 상승과 엔화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후판가격 상승으로 워료비 부담이 늘었다. 또한 엔화환율이 크게 올라 100억엔의 사채에 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한점도 수익성 악화의 요인이 됐다.
수익성 부문에서는 당분간 크게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유천일 상무는 "지금 실적에 계상되는 부분은 9.11테러후 물량이 없을때 수주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의 선박수요가 부족함에 따라 선가도 낮았으나 최근 환율도 낮아지고 원재료값도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천일 상무는 "작년 하반기 이후 수주한 물량의 경우 선가가 많이 회복된 상태로 수익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 부문은 오는 05년부터 시작해 06년~ 07년께 본격적으로 실적에 계상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이익규모는 현수준을 중심으로 횡보하다가 갑자기 증가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기준 부채총계 5590억원, 자본총계 288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93% 수준이다. 이는 전년에 비해 20%포인트 높아진 수준. 시설자금을 추가로 들여왔기 때문이다. 재무 담당자는 "엔화 차입금 100억엔은 올해말 만기가 돌아오는데 올해말 롤오버 할지 상환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1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있어 자금사정은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