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호식 기자
2001.11.29 18:31:11
[edaily] 감사원이 29일 공적자금 금융기관에 대한 실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공적자금 투입후 모럴해저드로 인해 이것저것 손실이 많다는 내용이 주된 것이었습니다. 특히 감사원은 "한투와 대투는 비용감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 재경부가 해명성 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투신업계를 출입하고 있는 증권/산업팀 박호식 기자가 느낀 점을 정리했습니다.
기자는 29일 "한투·대투 공자금 그후"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한국투신증권과 대한투신증권에 7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짚어보았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도움을 준 한 관계자는 "취재에 도움을 주는 것은 우리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회사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라면서도 "기사로 인해 투신고객들이 불안을 느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또 당부를 했습니다.
기자 또한 긴 시간은 아니지만 투신업계를 출입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금융기관 퇴출과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한 이후 투신사들은 조그만 일에도 환매사태를 우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장부가평가 덕에 은행예금처럼 정해진 원리금을 받아왔던 고객들이 "대우채"건을 계기로 투신사에 맡긴 돈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한국투신이나 대한투신 직원들은 죄인아니 죄인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대규모 손실을 내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영진이 퇴임했고 많은 직원들도 명예퇴직을 했으며 살아남은 직원들도 연봉의 30%를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투신증권과 대한투신증권 직원들은 떨어진 신뢰를 되찾는 것과 빠른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두가지 큰 부담을 여전히 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취재를 위해 만났던 해당 회사 직원들은 한결같이 "회사가 정상화를 위해 한발씩 가고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흔들수록 영업에 차질을 빚고 정상화기간만 길어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도 이 말에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정말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도 낳게 만듭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현재 상황만 딱 짤라놓고 보면 버겹지만 그래도 주변상황이 조금만 받쳐주면 조기 정상화에 무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 대목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이 각각 안고 있는 차입금 2조3000억원과 1조6000억원만 크게 낮출 수 있다면 정상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 수 있습니다. 차입금이자 부담이 회사비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입금을 낮출 수 있을까. 양 투신증권사는 여러가지로 차입금 축소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안이 계획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주변상황"이 받쳐줘야 합니다. 임직원들의 표현대로 한마음으로 뭉쳐 영업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한투증권이 주식시장 상승이후 자기자본의 잠식 규모가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한투신증권은 본사건물 매각을 추진했고, 예보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부분의 자금이 유입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로나 양 투신증권사가 운용사 지분을 매각해 차입금을 축소하려는 것도 모두 자력으로만 될 일이 아닙니다. 당국의 현실적인 감각이 필요하고 지원이 필요합니다.
반면 29일 감사원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에 대한 지난2월 실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비용감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이 말하는 특단의 대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특단의 대책이 양사를 합병해 혁명적인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라면 "이에 대한 이해득실은 여러가지 복잡한 변수들을 따져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야하며 현시점에서 합병 등을 위해서도 추가적인 공적자금이 투입은 불가피 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됐건 현 구조를 유지하며 현실적인 지원책을 찾는 것과 혁명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지불해야 할 비용의 경중은 정책당국이 면밀히 따져 결정할 일입니다. 다만 지금처럼 "일단 덮어두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투신업계 관계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돈이 드는 것이라면 다음정권으로 넘어가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복잡한 함수를 푸는 것 같습니다. 정책당국은 과연 어떤 답안을 내놓을까요. 당국도 마치 햄릿의 독백처럼 "To be or not to be, This is question" 만 되뇌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