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 노동수급 상황 양호…美 대비 임금·물가 상승압력 낮다"
by하상렬 기자
2023.04.25 12:00:00
한은, 2023년 노동시장 세미나 개최
"노동공급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 주요국 대비 크지 않다"
"고용 비중 높은 서비스업 노동수요 증가율도 낮아"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노동수급 상황에 기반한 우리나라의 임금·물가 상승압력과 지속성이 미국 등 주요국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공급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크지 않고, 고용 비중과 가격전가율이 높은 서비스업에서 노동수요 증가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차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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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 재입주 후 처음 열리는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국의 노동수급 상황과 임금상승 압력’ 자료를 발표했다.
오 차장은 “한국은 노동공급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0.4%포인트(경활인구 18만명) 상회한 반면, 미국의 경활률은 팬데믹 이전 대비 1.0%포인트(260만명) 하락했다”며 “한국과 미국 간 노동공급 회복 차이는 경기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빨랐음에도 고령층 및 여성을 중심으로 경활률 상승 추세가 지속돼 노동공급 부족에 직면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펜데믹 이전부터 지속돼 온 고령화 등 영향으로 노동공급이 감소하면서 임금상승 압력이 높아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오 차장은 “경활률 변동을 인구구성 변화에 따른 요인과 구성효과를 제외한 요인으로 분해해 보면, 한국은 인구구성 변화에 의한 경활률 하락 요인이 미국보다 더 큼에도 구성효과를 제외한 경활률 상승 추세가 높아 노동공급이 빠르게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펜데믹 이후 고령화에 의한 경활률 하락 요인은 한국이 -0.6%포인트, 미국이 -0.4%포인트로 집계됐다.
한국의 빠른 노동공급 회복은 기업의 구인성공률을 높이면서 임금상승 압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미국의 경활률 하락은 임금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산업별로 보면 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빈 일자리가 증가한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증가했다. 오 차장은 “산업별 노동수요 차이는 산업별 임금 상승률의 차이로 이어진다”며 “이처럼 한국은 고용 비중과 임금·물가 간 가격전가율이 높은 서비스업 부문의 임금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노동수요, 임금, 물가를 잇는 채널이 미국에 비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다만 오 차장은 중장기적으론 한국도 구조적 요인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노동공급을 제약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론 노동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경활률 하락)하면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