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도 공염불?’…기업 안전 불감증에 사망사고 다시 늘어

by최정훈 기자
2022.07.27 12:00:00

고용부, 상반기 산업안전보건 감독 결과 발표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기업 절반 안전 ‘무관심’
감독 사업장 46.5% 법 위반 적발…사업주 안전 의무도 무시
7월 중대재해법 대상 사업장 사망사고 작년보다 되레 증가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의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가 공염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절반에 가까운 사업장이 안전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7월 들어서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의 산재 사망사고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기도 했다.

2월 2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당국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27일 올해 상반기 산업안전보건감독 주요 결과도 발표했다. 먼저 상반기 감독결과 절반에 가까운 사업장에서 기본 안전보건조치가 준수되지 않거나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9506개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실시했고, 점검·감독 사업장 중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된 4419개소(46.5%)에 대해서는 위반 사항(1만 1993개)을 곧바로 시정하도록 했다.

특히 사업주의 직접적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3682개소(38.7%)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사업장의 평상시 안전보건관리 상태를 나타내는 안전보건관리 시스템도 2863개소(30.1%)에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고용노동부
상반기 사망사고의 39.4%(126명)를 차지한 추락사고의 경우 1348개 사업장에서 핵심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상반기 사망사고의 17.4%(59명), 제조업 사망사고의 30.4%(30명)를 차지한 끼임사고의 경우에도 632개 사업장에서 기본적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았다.

상반기 사망사고 원인 조사 결과 가장 높은 비중(24.4%)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유해·위험 작업 시 작업계획서 작성 및 작업지휘자 지정 의무도 173개 사업장이 지키지 않았다. 3대 기본 안전조치 중 하나로서 상반기 사망사고 원인 중 4번째로 높은 비중(9.5%)을 차지하는 개인보호구 지급·착용 의무도 135개 사업장에서 외면했다.

이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추진조직을 갖추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이 571개소나 적발됐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교육 의무도 1245개소에서 지켜지고 있지 않아 근로자가 기계·설비, 원재료 또는 작업환경 등의 유해·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작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사전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초적인 의무도 1047개소가 지키지 않았다.



이어 고용부는 7월 들어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50인(억)이상 사업에 대한 산재 사망사고 경보를 발령했다. 7월 사망사고는 41건으로, 전년 동기(30건) 대비 11건 증가했고, 특히 50인(억) 이상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 사망사고는 23건으로 전년 동기(8건) 대비 15건이나 증가했다. 이에 전체 사망사고에서 차지하는 50인(억) 이상 사망사고 비중은 상반기 35% 수준에서 7월에는 56.1%로 급증했다.

또 이달 50인(억) 이상 사망사고 23건 중 13건(56.5%)이 지난 5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서 반복 발생했고 그중 8건은 올해 상반기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기업에서 또다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 관계자는 “먼저 50인(억) 이상 사망사고 증가를 주도한 건설업의 경우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기 단축 압박이 발생했다”며 “도급인이 관계 수급인 간 작업시기·내용, 안전보건조치 등을 확인하고 필요 시 작업시기·내용을 조정해야 하는 혼재 작업 시 안전조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7월 이후 발생한 50억 이상 사망사고의 절반 정도가 건설기계·장비를 활용한 중량물 인양 과정, 적재물 상하차 과정, 기계·장비 이동 과정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계·장비의 작업반경 내에서의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또 다른 작업을 수행하는 자체가 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

제조업도 상반기 300인 이상 기업을 중심으로 한 가동률 증가, 휴가철을 앞둔 생산 일정 가속화 등으로 단기적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비정형 작업과 운반하역 작업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예년보다 18일이나 빨리 찾아온 폭염으로 옥외 작업 시 근로자들이 주의력을 잃기 쉬운 환경이 지속된 점도 사고가 급증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반복적으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유해·위험 요인을 방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불시 감독을 실시하고 감독이 끝난 이후에도 법령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며 “주요 사고내용· 원인 등에 대해서는 매주 사망사고 원인을 분석해 배포하는 등 현장의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