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에 1.6兆 쏜다…경영정상화 총력전(재종합)

by김정남 기자
2019.04.23 11:02:48

홍남기 "1.6조 투입해 유동성 위기 해소"
영구채+신용한도+스탠바이LC 등 지원
아시아나 요청의 3배 넘어…예상 웃돌아
주관사 선정 등 아시아나 공개매각 돌입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왼쪽)과 수출입은행 은성수 행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동시에 연내를 목표로 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도 본격화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 지원을 주도할 주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과 수출입은행 은성수 행장도 이날 회의에 함께 했다.

지원 규모 1조6000억원은 영구채 매입 5000억원, 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 스탠바이LC(보증신용장) 3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영구채는 만기가 있기는 하지만 발행회사 선택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사실상 만기가 없고 이자만 지급한다고 보면 된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 받는 채권어서 자본 건전성을 개선하는 식으로 흔히 쓰인다. 아시아나항공은 회계감사 ‘한정’ 사태 이후 시장의 신뢰가 추락한 탓에 추가로 계획했던 영구채를 발행하지 못했다. 채권단이 영구채 매입을 통해 5000억원을 즉시 투입하면 유동성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신용한도는 일종의 마이너스 한도대출이다. 필요할 때 빌려쓰는 ‘마이너스통장’의 최고 한도가 8000억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급보증 여력을 확충하려는 목적으로 스탠바이LC 3000억원까지 지원한다.

주목되는 건 그 규모다. 당초 많아야 1조원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5일 수정 자구계획안을 통해 채권단에 요청한 5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충분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산은 등 채권단은 이날 오전 내부 승인을 거쳐 오후에 자금 지원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채권단의 예상을 뛰어넘는 자금 지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전제로 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상황이 양호하고 대주주가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신뢰할 만한 자구안을 제출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회사도 수익성 낮은 노선의 폐쇄 등 경영개선 노력과 함께 올해 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M&A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이르면 이날 중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맺고 곧바로 주관사 선정 등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새 주인에 매각하는 동시에 새 주인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자회사들을 묶어서 파는 ‘통매각’ 방식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한화, CJ, SK 등 특정 대기업집단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홍 부총리는 아울러 “이번 사태의 핵심은 신뢰였다”며 “감사의견 논란에 따른 신뢰 훼손이 사태의 시작이었고 신뢰할 만한 자구안 마련이 문제 해결의 기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산경장 회의에서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계획도 다뤘다. 그는 “현대상선은 초대형·고효율 선박 같은 하드웨어 확충과 전문가 영입, 조직 정비 등 영업력 확충을 위한 경영혁신을 추진 중”이라며 “실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후에는 국제선사 수준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현대상선이 당초 계획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 원양선사로 도약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