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집념으로 장기미제 살인사건 해결한 경찰들 '특진'

by이승현 기자
2016.11.28 11:13:12

경찰청, 김응희·박장호 경위 각각 '경감' 1계급 특진
18년전 주부 살인사건·15년전 교수부인 살인사건 범인 검거
법률개정에 의한 공소시효 연장 놓치지 않고 재수사 나서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끈질긴 집념으로 각각 18년 전과 15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을 해결한 경찰들이 1계급 특별승진되는 영예를 안았다.

경찰청은 지난 1998년 발생한 서울 노원구 가정주부 살해사건의 범인을 집요한 추적끝에 검거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김응희(52·사진) 경위를 경감으로 특진 임용한다고 28일 밝혔다.

(사진=경찰청) 김웅희 경감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98년 10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부 A씨가 괴한에 의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수사본부를 설치한 도봉서는 현장에서 면봉 등으로 확보한 세포를 분석해 용의자의 유전자를 확보해 그의 혈액형(AB형)을 확인했다. 또 서울 중구의 현금자동인출기(ATM)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용의자 사진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후 2년간 수사를 벌였지만 끝내 범인검거에는 실패했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사건로 남아 2013년에는 공소시효(강간살인죄 15년)가 끝날 처지였다.

그러나 2013년 ‘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과 관련, 당시 수사본부 막내형사였던 당시 김응희 경장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연장된 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 수사에 나섰다. 그는 당시 수사기록을 분석, 용의자 사진을 바탕으로 비슷한 연령대의 유사수법 전과자 8000여명을 발췌해 이중 동일한 혈액형(AB형)과 활동지역 등을 토대로 수사 대상자를 125명으로 줄였다.

(사진=경찰청) 박장호 경감
그는 이후 대상자들의 사진을 일일이 대조하던 중 비슷한 얼굴의 오모(44)씨를 용의자로 보고 그의 유류물을 확보한 뒤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해 ‘사건 현장의 범인 DNA 증거와 일치한다’는 분석결과를 받았다. 김 경위는 이에 오씨를 피의자로 특정, 주거지 주변 등에서 잠복하다 지난 11일 검거했다.



올해로 경력 27년째인 김 경위는 서울 도봉서·강북서·노원서 강력팀과 서울청 폭력계 수사팀·광수대 등에서 몸 담으며 22년 이상을 형사로 활동했다.

경찰은 아울러 지난 2001년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교수부인 살해사건의 범인을 검거한 용인동부경찰서 소속 박장호(53·사진) 경위를 경감으로 1계급 특진 임용했다. 그는 지난 2001년 6월 흉기에 의해 대학교수 B씨를 다치게 하고 그 부인을 죽게 한 범인들을 붙잡았다. 피의자 한 명은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자살했고 다른 피의자 김모(52)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사건당시 수사팀 막내형사였던 그는 2015년 7월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자 이 사건 수사에 다시 착수했다.

경찰은 김 경위 및 박 경위와 함께 이번 사건 관련 유공자 5명에게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피해자와 유족의 원한을 풀어주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장기미제 살인사건은 증거수집 등 어려움이 많아도 끝까지 추적 및 검거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성(오른쪽 4번째) 경찰청장이 28일 경찰청에서 장기미제 살인사건 범인을 검거한 공로로 각각 1계급 특별승진된 김응희(오른쪽 5번째) 경감과 박장호 경감(오른쪽 세번째) 및 이번 사건의 유공자 5명과 함께 기념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경찰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