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남중국해 당사국에 "비군사화 공약 준수해야"(종합)

by이준기 기자
2015.11.22 18:26:30

EAS 정상회의 참석.."남중국해, 韓에도 이해관계 큰 사안"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중이 대립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의 문언과 정신, 그리고 비군사화 공약들을 준수함으로써 남중국해의 평화·안정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0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도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박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미·중 정상들 면전에서 비군사화 공약이 들어간 ‘행동선언’까지 거론하며 견해를 밝힌 건 처음이다.

EAS는 주요 지역 및 국제 이슈를 다루는 전략포럼으로, 정식 의제화에 걸림돌이 없는 만큼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대부분의 정상은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비군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간에는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또 “동아시아 지역이 여전히 전통적인 지역안보 이슈로 인해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환경에 처해 있고, 북핵문제가 이런 이슈의 대표적인 예”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EAS 회원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EAS 회원국 정상들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말레이시아가 공동 제안한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도 채택됐다. 성명은 “바마코·파리·베이루트·앙카라 등에서 자행된, 그리고 시나이에서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반인륜적인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에 함께 확고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AS 정상들은 우리가 주도한 별도의 보건안보 증진 성명도 채택하면서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응 능력과 경험 공유 등 국제적 기여를 높이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에 에볼라 퇴치를 위해 아프리카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데 이어 올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을 통제·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9월 제2차 글로벌 보건안보구상 고위급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