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4.04.02 15:06:30
올들어 중소형주펀드 수익률 강세 속 1225억원 이탈
"주춤했던 대형주 펀드..대형운용사 살아나는 계기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의 난 속에서도 굳건했던 중소형주 펀드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반면 환매 대상이었던 대형주 펀드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중소형주 펀드에서 1225억원이 빠져나갔다. 연초이후 수익률이 4.34%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1.58% 내린 것과 비교하면 6% 가까이 오른 셈. 그래도 투자자들은 자금을 찾고 있다.
반면 대형주 위주의 K200 인덱스펀드에는 3291억원이 순유입됐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2.61%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보다 더 손해를 봤는데도 자금은 들어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중소형주 펀드가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소형주 펀드는 지난해부터 정책 모멘텀을 무기삼아 강세를 이어왔다. 코스닥 지수가 지난해 말 500선 밑으로 내리기도 했지만 최근 550선을 회복했다.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시가총액이 2000년 이후 가장 높아지며 대형주 투자가 용이한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평가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연초 이후 투자자들이 몰리며 안정성이 있는 코스닥 몇몇 종목은 주가수익비율(PER) 20~30배까지 올랐다”며 “지수가 오르며 수익률은 선전했지만 최근 종목 선정하는 게 여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주 펀드는 코스피가 2000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PER은 평균보다 낮아 담을 종목이 많다는 평이다.
실제로 중소형주 위주의 투자로 인기몰이를 한 가치투자 운용사들도 대형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대형 경기민감주인 POSCO(005490)를 포트폴리오에 담기도 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가치주 펀드는 중소형주만 담는 펀드가 아니다”라며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이라면 대형주든 중소형주든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선도하는 미국에서도 대형주 펀드가 강세다. 지난 2월 미국 대형주 펀드에 110억달러가 유입되며 중형주 펀드(27억달러)와 소형주펀드(6억달러)를 크게 넘어서기도 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확실해진 작년 4분기부터 대형주펀드로의 자금 유입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도 대형주 펀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업계 마케팅 관계자는 “그동안 성장주 펀드를 내세워 왔던 대형 운용사가 주춤했지만 이들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 대형주로 매기가 완벽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펀드업계가 다양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