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13.09.13 16:57:52
관할 정부 부처로서 사태파악보다 변명 일관
조달청,평균·최저 입찰 제안율을 등록가에 반영안해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조달청이 지난 4일 본지가 게재한 ‘삼성, 10여년간 정부상대 4조원 부당이익’ 이라는 제목의 기사내용을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12일 또다시 배포했다.
조달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서는 데에는 삼성전자가 조달청을 대상으로 입찰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폭리를 취해온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할 관청인 조달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조달청 입찰 담합 의혹을 거론한 본지 기사 내용에 대해, 조달청은 조달청 입찰방식인 MAS(다수 공급자 계약) 2단계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10년 이후 평균 제안율이 70%로 MAS 평균인 80.84%보다 낮아 담합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B2B(기업간 거래) 관계자들은 “평균 제안율로 담합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체 입찰 평균 및 최저 제안율이 아니라 대규모 물량 입찰에 한해 ‘최고 제안율’로 낙찰된 건을 집중 조사하는 것이 담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백대 미만의 물량의 경우 담합을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작아 업체간 담합이 거의 없고 평균 제안율 또한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수천· 수만대 수량의 대규모 입찰은 담합을 통해 평균 제안율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업계 관계자들은 2010년 이전 과거 10년간은 평균 90%가 넘는 제안율을 기록했다는 점도 담합 조사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조달청도 해명자료에서 제안율이 90% 넘으면 담합이 일반적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조달청은 2013년 8월말 기준으로 TV MAS 2단계 경쟁에서 평균 제안율이 삼성전자 67.31%, LG전자 67.92%이며 최저 제안율은 삼성전자 54.22%, LG전자(066570)는 52.33% 으로 집계됐다는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평균 제안율이 높고 낮음보다 이같은 업체들의 평균 제안율과 최저 제안율을 통해 결정된 가격이 정작 조달청 제품 등록가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업체의 평균 제안율이 67% 수준이라는 의미는 조달청 등록가보다 평균 33% 저렴한 가격으로 조달청에 공급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최저 제안율 54%는 조달청 등록 가격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싸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조달청에 등록가 100만원으로 올려진 제품이라면 최소 이보다 33% 낮아진 67만원으로 등록가가 바로 변경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조달청 납품업체라면 예외없이 온, 오프라인 유통을 통틀어 기존 어느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조달청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달청과 업체들은 MAS 2단계 경쟁을 통해 결정된 가격으로 조달청 등록가를 조정하는 일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조달청은 TV품목의 경우 2013년 조달청 MAS 2단계 입찰공급 비율이 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MAS 2단계 입찰을 거치지 않은 나머지 50%는 최저 제안가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비싸게 공급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조달청 등록가가 전자업계처럼 애초에 업체간 암묵적 담합으로 인해 높게 책정이 돼 있을 경우 평균 제안율이 아무리 낮더라도 조달청은 시중보다 높게 구매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청은 또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조달청의 등록가에는 에누리가 이미 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 B2B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조달청에 등록하는 가격에는 에누리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확인했다. 특히 조달청은 삼성전자가 엑셀 프로그램에 에누리를 빼지 않은 일반 유통의 판매가 기준으로 직접 작성한 거래명세표 형태로 제출한 자료를 조달청 등록가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달청은 이 거래명세표를 삼성과 LG가 거래하는 유통업체로부터 직접 세금계산서를 받아 이를 대조하는 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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