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현정은 회장의 MK띄우기

by정재웅 기자
2008.03.20 16:16:01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느닷없이 정몽구 현대 기아차그룹 회장 띄우기에 나섰다. 현대가(家)의 정통성이 정몽구 회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7주기를 맞아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참배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대건설(000720)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통성'과 '현대건설 인수', 이 두가지 발언은 상관관계가 있다.

현 회장의 발언은 현대중공업(009540)과 이 회사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측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계산된 언급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측은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거의 대부분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현대중공업이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중공업과의 한판 승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최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주인공으로 한 TV광고까지 내보내자, 현대그룹측은 이를 현대건설 인수전을 의식한 플레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을 등장시켜 현대중공업측이 정통성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의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측으로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간 2파전으로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최근 굳어지자, 현 회장은 이번 기회에 정통성 문제만큼은 확실히 짚고하기 위해 작심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 회장은 현대가의 실질적인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현대가의 정통성 계승자로 표현, 현대건설 인수에 있어 정몽구 회장의 암묵적인 동의를 구함과 동시에 현대중공업과 정몽준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발언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낙점을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건설 인수를 도와달라는 메시지가 아니라면 최소한 정몽준 의원 편은 들지 말아달라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관련해선 "재무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곳이 너무나 많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