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스페이스엑스와 실패

bye뉴스팀 기자
2021.03.05 11:29:39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스페이스엑스는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항공 회사이다. 사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한 건 2002년이고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2003년 설립한 테슬라에 투자하여 최대주주가 된 건 2004년이니 정확하게 말하면 테슬라는 스페이스엑스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후 CEO가 된 회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스페이스엑스는 특이한 회사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만 봐도 그렇다. 주주 가치 증대나 우주항공 업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스페이스엑스의 목표는 로켓 시스템을 혁신하여 인간이 지구를 떠나 화성이나 목성의 달 등 여러 행성에 퍼져 번성하는 생명체가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먼 미래에 그렇게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2050년까지 화성에 사람 100만 명을 이주시킨다는 게 일론 머스크의 목표라고 한다.

화성에 사람 100만 명을 이주시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최근 스페이스엑스가 화성여행용 우주선으로 개발 중인 스타쉽 로켓에는 승객 100명이 탈 수 있다고 하는데 스타쉽 개발에 성공하여 2030년부터 2050년까지 20년 동안 매일 스타쉽 로켓을 발사해도 73만 명이 화성에 이주할 수 있을 뿐이다. 화성 개발에 필요한 물자까지 고려하면 매일 스타쉽 로켓을 2대 이상 발사해야 2050년까지 100만 명의 화성 이주가 가능해진다. 필요한 로켓 대수도 엄청나다.

지금까지의 로켓처럼 재사용이 불가능한 1회 성 로켓으로 화성 이주를 시도한다면 필요한 로켓의 수는 14,600대가 된다. 스타쉽 1대 제작 비용이 2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로켓 제작에만 3000조 원이 필요하고 2000억 원짜리 로켓을 승객 100명이 나누어 부담해야 하니 순전히 로켓 값으로만 20억 원을 내야 화성 여행이 가능해진다. 이 문제의 답으로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것이 로켓 재사용이다. 이미 스페이스엑스는 재사용이 가능한 팰컨9 로켓 개발에 성공하여 인공위성을 띄우거나 우주정거장에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고, 화성여행용으로 개발 중인 스타쉽 로켓도 귀환한 즉시 연료를 주입하고 몇 시간 내에 다시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로켓을 재사용 하게 되면 화성에 사람 100만 명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로켓의 대수는 1000대 이하로 줄어들고, 우주선 탑승료도 로켓 비용을 부담할 필요 없이 이착륙에 필요한 연료비와 화성 여행에 걸리는 7개월간의 부대비용만 내면 되니 상업적으로 타당성이 있게 된다.

국가 기관도 아닌 민간 회사인 스페이스엑스가 NASA를 포함한 그 누구도 개발하지 못한 즉시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을 개발하는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지금까지 스페이스엑스의 로켓 개발 과정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엑스는 6년간 세 번의 로켓 발사를 실패하고 억만장자이던 일론 머스크의 재산을 거의 바닥낸 뒤 2008년 9월 네 번째 시험발사에서야 간신히 성공할 수 있었다. 팰컨9 로켓 재사용을 위한 1단계 로켓 회수 역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열 번 이상 실패를 거듭한 뒤 2015년 12월에야 처음 성공을 거두었다. 화성여행용 스타쉽 로켓도 지금까지 두 차례의 시험 발사에서 모두 착륙에 실패하여 폭발하고 말았다.

스페이스엑스가 연속으로 세 번의 로켓 시험 발사에 실패한 후 네 번째 시험 발사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야 했을 때 아무도 성공 가능성이 없는 회사에 투자하려 하지 않아 일론 머스크 혼자 남은 재산을 끌어모아 시험 발사를 추진해야 했다. 팰컨9 로켓 1단계 회수 시험이 열번 이상 실패를 거듭할 때도 과연 스페이스엑스가 로켓 재사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스타쉽 시험발사에 두 번 연속으로 실패한 지금 스페이스엑스가 스타쉽 개발에 실패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은 지금까지 스페이스엑스가 실패는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란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엑스의 인류를 위한 최대 공헌은 어쩌면 스타쉽 개발을 통해 우주 개척 시대를 여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해보고 실패를 통해 배워야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수많은 실패를 통해 직접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