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밀 누설' 이태종 1심 무죄…'사법농단' 네 번의 재판, 6명 모두 무죄

by남궁민관 기자
2020.09.18 11:59:34

법원 내부비리 관련 檢 수사 확대 막기 위해
직원에 영장사본 입수 부당지시하고 빼돌린 혐의
法 "철저한 감사 지시일뿐…수사 막을 목적 확인 안돼"
이태종 "30년 재판해 온 법관 명예 회복돼 기쁘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법원 직원이 내부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법원에 넘겨진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관련 네 번의 1심 선고 연속으로, 총 여섯 명에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래니)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원장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 전 원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관련 “이 사건 보고문건은 일부분이지만 직무상 취득한 기밀이 일부 포함됐다”면서도 “기록상 이 전 원장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해 직원 등에게 지시할 것을 부탁받은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수사확대 저지에 대한 실행을 마련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거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법원장으로서 철저한 감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대해서도 “이 전 원장이 법원 직원이나 영장전담 판사에게 영장 사본 확보 및 관련자 진술 파악을 지시했는지 봐도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기획법관의 요청으로 한 것일 뿐 지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원장으로서의 정당한 업무로 위법·부당한 지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심 선고 직후 이 전 원장은 취재진에게 “올바른 판단을 해 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며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된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이 전 원장은 서울서부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10월에서 11월 사이 서울서부지법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의 금품수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영장 사본을 입수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는 등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이나 서울남부지원 등 다른 법원의 집행관실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원장은 법원 사무국장 등에게 영장 사본 등을 입수·확인해 보고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날 이 전 원장이 무죄를 선고 받음에 따라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이뤄진 1심 선고 모두 무죄 판단이 나왔다. 앞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임성근 부장판사 등은 무죄 선고를 받았던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