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 1년차 수임료 1564만원…非전관의 3배
by박일경 기자
2019.12.02 11:17:24
일반 변호사 525만원…부장만 지내도 1495만원
퇴임 시점 오랠수록 줄어…3년 이내 30% 낮아져
전관예우 `형사` 집중…“수임 제한기간 연장해야”
 |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자료=한국형사정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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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부장 판·검사 이상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의 평균 수임 액수가 비(非)전관 일반 변호사에 비해 3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뢰인 중 10명 중 9명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사건에서 유리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사연)이 공개한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에 따르면 의뢰인은 총 수임료(기본 수임료+추가비용)로 퇴임 1년 이내 법원장이나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건당 1564만원을 지급했다고 응답했다. 퇴임 1년 이내 부장 판·검사에게는 1495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비전관 변호사에게 지급한 수임료는 평균 525만원에 불과해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같은 전관이지만 평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경우 995만원을 받아 고위직 전관 출신 변호사에 비해 500만원 정도의 낮았다. `퇴직 당시 직위에 따른 계급`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또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가 법원·검찰에 로비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관 변호사의 경우 일반 변호사보다 추가 비용을 요구한 경우가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비용은 200만~300만원 구간(31.2%)이 가장 높았다.
이는 형사연이 올해 9~10월 최근 2년 내 사건 수임 경험이 있는 의뢰인 700명과 현직 변호사 500명 등 변호사와 의뢰인 1200명을 상대로 법조비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경험이 있는 의뢰인 351명 중 163명(46.4%)이 전관예우 혜택을 언급했다. 의뢰인들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했다. 부장판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의뢰인은 204명(58.1%)으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자료=한국형사정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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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들은 형사 소송부터 민사, 행정 소송에 이르기까지 전관예우를 경험했다. 혜택은 작게는 절차상 편의에서 검찰의 처분과 법원의 판결이라는 중요 결정사항에까지 미쳤다고 봤다.
변호사의 경우에도 전국의 개인 또는 법인 소속 변호사 500명 중 109명이 전관예우 현상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변호사 5명 중 1명꼴로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의 과정 또는 결과에서 혜택을 보는 전관예우를 직접 목격했거나 경험했다.
전관예우를 경험했다고 답한 변호사의 94.5%는 최근 5년 이내 전관예우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0년 이내 전관예우를 경험했다고 한 109명 중 이런 경험이 최근 1년 이내였다고 답한 변호사는 28명(25.7%), 1년에서 2년 사이는 39명(35.8%), 2년에서 5년 사이는 36명(33%), 5년 이상은 6명(5.5%)이었다.
전관예우 관행은 여성 변호사와 40대 이하 변호사, 비전관 출신 변호사일수록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법원장이나 검사장 이상의 직책을 지낸 고위층 전관 변호사는 6명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단 한 명도 전관예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하지 않았다.
전관 변호사의 경우 퇴임 후 흐른 시간에 따라 수임료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퇴임 3년 이내의 법원장과 검사장 출신은 평균 1177만원을, 퇴임 3년 이내 부장판사나 부장검사 출신은 평균 1191만원을 받았다. 퇴임 1년 차에 비해 퇴임 3년 이내의 전관은 평균 수임료가 약 30% 낮아진 셈이다.
| 전관예우 실태와 대책방안. (자료=한국형사정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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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변호사 중에서는 검사 출신(28%)을 선호하는 경향이 판사 출신(22.1%)에 비해 약간 높았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인식 차이도 나타났다.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소송 등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90%에 달했다. 변호사들이 `조금 유리하다`(59.8%)거나 `별 차이가 없다`(30%)고 답변한 것과 대비됐다.
사건별로는 변호사들의 전관예우 경험은 주로 형사사건에 집중됐다. 가장 최근에 경험한 전관예우는 어떤 종류의 소송사건에서 발생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형사사건이 72.5%로 압도적이었다. 민사·가사 사건은 25.7%, 행정·조세 사건은 1.8%로 형사사건과 비교해 낮았다.
형사사건에서 경험한 전관예우 혜택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검찰 수사 단계가 51.9%로 가장 높았다. 재판 단계는 1·2·3심을 합쳐 34.2%였고 구속 관련 단계가 10.1%, 경찰 수사 단계가 3.8%로 가장 낮았다.
전관 변호사 수임 제한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공직 퇴임 변호사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 때까지 자신이 근무하던 법원, 검찰청 등의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다. 설문에 참여한 변호사의 70.8%는 현행 변호사법의 수임 제한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간은 3년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46%로 가장 많았다.
형사연 관계자는 “최근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전관예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의 정책협의 과정에서 전관예우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이 특별히 강조돼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