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읽어주는 남자]한화투자증권, 험난한 재무구조 개선
by박형수 기자
2016.09.19 12:14:00
주주배정 증자로 2000억 조달…순자본비율 257%→406%
올 들어 주가 30% 하락…신주 발행가와 별차이 없어
최대주주 20% 초과 청약…우리사주도 완판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한화투자증권(003530)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지만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억누르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게다가 한화투자증권 현재 주가와 신주 발행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청약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신주 8908만6860주를 주당 2245원에 발행해 2000억원을 조달한다. 신주 발행가격이 액면가 5000원보다 낮아서 한화투자증권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의 동의를 구했다. 구주주는 보통주 1주당 신주 0.82주를 배정받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한다. 올 6월 말 별도기준 한화투자증권 자기자본은 6518억원이다. 순자본비율과 레버리지 비율은 각각 257%, 847%다. 계획대로 증자를 마무리하면 순자본비율은 406%로 높아진다. 레버리지 비율은 671%로 낮아진다. 증자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500억원은 후순위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 나머지 자금은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투자한다. 투자은행(IB)·트레이딩·자산관리(WM) 부문에 각각 500억원, 700억원, 300억원 등을 투자한다.
부문별로 투자 계획을 보면 IB부문에선 부동산금융과 구조화 금융을 확대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고 트레이딩부문에선 자기자본투자(PI)를 늘릴 계획이다. 기업공개 전 투자(Pre-IPO)와 메자닌 투자를 늘리고 채권 운용방식에서도 해외채권과 구조화채권 등으로 운용 대상을 확대한다.
올들어 한화투자증권 주가는 30%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9% 올랐다. 증자를 추진 중인 상황을 고려해도 증권업종 내 한화투자증권의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주가가 꾸준하게 하락하면서 13일 한화투자증권 종가는 2335원으로 신주 발행가격보다 4% 남짓 높다. 청약에 참여해 신주가 상장하는 다음달 7일까지 자금이 묶여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
한화투자증권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913억원, 순손실 1397억원을 기록했다. 순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1% 감소했고 순이자수익도 11.9% 줄었다. 게다가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이 늘면서 순손실 규모가 커졌다.
| 결산월 변경으로 2013년 실적은 2013년 4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집계한 수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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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 기준 한화투자증권의 파생결합증권 발행규모는 3조2600억원으로 지난해 말 4조22억원 대비 8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증권사는 파생결합증권을 헤지운용하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 가치의 불일치로 인한 손실발생 위험에 노출된다.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시점에 자산이 부채보다 크면 헤지 운용 이익이 나지만 자산이 부채보다 작으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한화투자증권의 자체 헤지 규모는 발행잔액기준으로 1조8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은 자본력 대비 과도하게 ELS를 발행했고 기초자산인 홍콩항셍중국기업(HSCEI) 급등락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운용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올 2분기에 ELS와 관련해 101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ELS와 관련한 손실 규모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시장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ELS 부문에서 194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과 유사한 수준의 시장 충격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했다는 점에서 손실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 HSCEI 기준으로 지수가 16% 하락하고 변동성이 30%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ELS 부문에서 194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이 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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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인 한화첨단소재와 특수관계인은 유상증자에서 배정받은 물량 대비 120% 청약하기로 했다. 한화첨단소재가 300억원을 출자하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각각 210억원, 92억원을 투자한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우리사주조합 예비청약에서 청약률 110%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조달 예정 금액 가운데 절반은 이미 조달한 셈이다.
구주주 대상 청약률이 저조해 실권주가 발생하면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과 인수 증권사인 유진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유안타증권이 신주를 인수한다. 실권주를 인수한 증권사는 잔액 인수금액의 20%를 실권 수수료로 챙긴다. 보호예수 의무가 없어서 신주를 장내에서 거래할 수 있을 때 바로 매각할 수 있다. 실권 수수료를 고려하면 당시 거래 가격이 신주 발행가격보다 다소 낮더라도 매도에 나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