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5.01.21 12:00:00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소비자들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소비재 기업을 분석할 때 신인도 하락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대한항공도 소비재기업이다. 그런데 이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고 있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정작 신인도 분석을 시도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땅콩 회항’으로 대표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이 알려진 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더 지났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침묵 내지 외면 중이다. 국토부가 대한항공에 해당노선(인천-뉴욕)에 21일간 운항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회사 매출은 최대 250억원, 이익은 20억원 감소한다. 이 금액만이 손실의 전부라고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향후 브랜드가치 회복을 위해 전사적으로 쏟아부어야 할 비용, 조 전 부사장이 추진해온 핵심사업의 지속가능성 여부 등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
특히 대한항공(003490)을 인적분할해 신설한 지주회사 한진칼(180640)을 분석해온 애널리스트들은 그동안 중요한 미래가치로 저가항공(진에어)과 호텔사업(칼호텔네트워크)을 꼽아왔다. 호텔업은 조 전 부사장이 사업확장을 적극 추진해온 곳이다.
물론 조 전 부사장 사건이 향후 회사 영업에 무조건 부정적 영향만 미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들이 미래가치로 판단한 투자포인트에 어떠한 변수가 발생했는지,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따져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석이라도 해보고 ‘그래도 아직 지켜볼 만 하다’는 식의 보고서를 내면 차라리 다행이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왜 분석시도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추정하기 어려운 항목”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들이 항공업종의 핵심 투자포인트로 내놓은 국제유가 역시 그 누구도 정확히 분석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실적이 추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분기실적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려운 마당에 연간단위 실적 전망치까지 과감하게 내놓는다.
추정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주요 법인고객인 ‘대기업 눈치보기’가 더 솔직한 이유다. 법인고객을 상대하느라 일반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제공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월급쟁이’ 애널리스트들에게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답한다. “그 얘기 꺼내면 회사가 싫어해요.”
정부·당국에 줄기차게 증시개선책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투자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증권사 현실이 근본적 문제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 버리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