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마이뉴스 기자
2007.04.09 20:13:01
[오마이뉴스 제공] 금년도 달력을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2007년도 12개월 중 4월은 평일 공휴일이 없는 2개 달 중 하나라는 사실을…. 그래서일까? 4월 한 달은 정말 길게만 느껴진다.
미국의 저명한 시인이 T.S. 엘리엇도 이런 미래를 예견이라도 했을까? 그는 황무지라는 자신의 작품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며 시를 써내려갔다. 내게도 4월은 4·19로 각인되어 잔인한 달로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4월을 쳐보았다. 막막한 심정에 무심결에 '4월'을 입력하니 예상 밖으로 많은 기념일들이 속속들이 줄을 이었다.
4월이 시작부터 재미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다니 천차만별 4월의 기념일을 하나하나 알아보자.
먼저 1일은 전 국민을 속칭 뻥쟁이(?)로 만드는 '만우절'이다. 이날 하루 동안 우리는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 만우절에 관한 에피소드 한가지씩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것으로 안다. 나 역시 많은 이들로부터 속임을 당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역시 짝사랑하던 그녀에게서 받은 가짜 고백, 충격은 너무나도 길어 나를 꽤 오래 휘청하게 하였다.
5일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식목일'이다. 재작년만 해도 이날은 공휴일로 자기 몫을 톡톡히 하였다. 허나 지난해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4월을 잔인한 달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지역별로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어 6일은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식'일로 설명이 필요 없는 날이나, 간단히 설명하면 동지에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한자를 풀이하면 '찬밥을 먹는다'라고 한다. 또 이날은 '향토예비군의 날'이기도 하다.
7일은 '세계보건의 날'로 WHO(세계보건기구)가 국제연합 가맹국의 비준을 받아 이 헌장이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한 4월 7일을 기념하여 정해진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73년부터 보건의 날로 지정하여 보건복지부의 주최로 각종 행사를 하고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전국적으로 건강 캠페인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료로 건강을 검진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8일은 '부활절'이다. 교회력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하일이라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교회에 다녀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니지 않아 잘 모르고 있다. 이날 신도들은 부활달걀을 서로 선물한다고 한다.
13일은 '임시정부수립 기념일'로 3·1운동 직후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이 대대적으로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독립운동을 위한 비밀 연락망을 결성하는가 하면 외교활동을 통해 세계에 우리나라의 독립 문제를 제기시키게 하였으며 문화운동을 전개하여 독립의식을 고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광복군 창설 등 독립운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식목일과 더불어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유인즉 임시헌장이 제정된 날로 할 것이냐? 선포한 날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14일은 솔로들을 위한 '블랙데이'이다. 발렌타이데이와 화이트데이에서 외면받은 솔로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중국집으로 가는 날이다. 아마 혼자 가서 먹는 자장면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날만이라도 외롭지 않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동행한 이성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날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살펴볼 날은 오늘의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4·19혁명이다. 혁명이라 하면 역사발전에 따라 기존 사회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이제까지 국가권력을 장악하였던 계층에 대신하여, 피지배계층이 그 권력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 권력교체의 형식이라 한다.
4·19혁명은 3·15 부정선거로 이승만 정권이 장기 집권을 하면서 불거져 폭력시위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 계엄령 선포 등이 일어났으나 끝내는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그만두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뜻 깊은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대인들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20일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많은 편견에 휩싸여 살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날이라 하는데 아직까지 그 취지에 맞게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근래 들어 영화 <마라톤>과 <맨발의 기봉이>, <진호야 사랑해> 등을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허나 아직까지 일반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는 불편함이 많은 사회이다. 앞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또 이날은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이기도 하다.
21일은 아직까지도 입시에서 이공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모든 국민생활의 과학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과학의 날'이다. KBS의 <스펀지>는 과학의 신비한 힘을 보여주는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실험맨들의 독특한 실험 방법은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였다.
22일은 '지구의 날'과 '정보통신의 날'이다. 자연환경 보호를 기념하는 날과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을 다짐하는 날이 같은 날이라니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의미가 있는데…. 어쨌든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산업을 발전시키자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28일은 '충무공탄신일'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충의를 길이 빛내고자 제정한 날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충무공 이순신을 너무나도 좋아했다고 해서 만들어진 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충무공 이순신의 업적은 대단하다고 평할 수 있다. 임진왜란과 난중일기로 대표 시 되는 이순신은 얼마 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큰 인기를 얻으며 방영되어 이순신 역할의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머릿속에 기억되게 하였다. 이후 김명민은 타 방송사의 <하얀 거탑>으로 한 번 더 큰 인기를 받았다.
얘기가 옆으로 빠졌지만 아직도 충무공 이순신은 광화문에서 의젓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한 손에 큰 칼을 들고 서 있다. 참고로 이렇게 당당한 이순신 장군도 1년에 한 번 목욕을 한다고 한다.
기타 4월을 의미하는 것으로는 탄생별자리인 양자리, 황소자리가 있으며, 탄생화로는 금잔화, 아네모네 등이 있고, 탄생석으로는 다이아몬드가, 탄생목으로는 마가목과 단풍나무 등이 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살펴보면 '4월 5일 댐'이라는 것이 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북방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4월 5일 발전소'를 말하는데 준공일을 기념하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된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새로운 정보. 4월 7일이 '신문의 날'이라는 것이다. 독립신문이 창간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