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 위협 거세지자 전시 준비 태세 강화

by이소현 기자
2024.07.11 10:59:25

대만 정부 개혁안에 민방위 강화 등 포함
전시에 공공서비스·인프라 정상 작동 목표
스타링크 유사 저궤도 위성, 타당성 조사 중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개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만 정부가 전시 상황에서도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타이중의 공군 기지에서 군복을 입은 라이칭더(가운데) 대만 총통이 병사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AFP)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에 제출될 정부 개혁 안건에 민방위 인력 확충, 식량 및 에너지 비축, 응급 의료 역량 강화, 통신 인프라 강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대만의 한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대만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우리 군은 싸워야 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가능한 한 정상적으로 생존하고 기능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이 지난 1월 당선된 이후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두고 항모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하는 등 군사·안보 위기를 키우고 있다.

이에 전시 상황을 대비해 대만은 항모 킬러 초계함 건조에 박차를 가할 뿐 아니라 전시 이후 상황을 준비하는 데도 힘쓰는 것이다.



이번 민방위 강화방안에 대만은 식량 배급 시스템 구축을 모색 중이며, 대만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을 통해 보급품을 배포할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 대만은 인구 1700명당 하나의 편의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전쟁 중 많은 수의 사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의 수용력을 높이는 등 응급 의료 체계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전시 상황에서 통신이 중요한데 해저케이블이 절단될 경우를 대비해 백업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유사한 저궤도 위성을 활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상 제공해 통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대만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만 정부가 직면한 더 큰 과제는 관료 구조와 절차를 개혁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만에서 주요 재난 대응 및 민방위 업무에 대한 책임은 평시에는 주로 내무부에 있으며, 전시에는 대통령의 긴급 명령에 따라 국방부로 전환된다.

앞서 코로나 19 당시에도 마스크와 백신 배분을 놓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분쟁이 일어난 적이 있기에 여러 정부 부처와 민간과 군의 업무를 사전에 조율하겠다는 의지다. 한 고위 관리는 “보다 명확한 지휘 체계를 구축하고 평시와 전시를 아우르는 하나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재난 관리 메커니즘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이달 내에 연례 민방위 훈련의 일환으로 공습 대피 절차를 연습할 예정이다. 대만은 1978년부터 빠짐없이 매년 중국의 공습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인 ‘완안(萬安)46’을 실시하고 있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모든 행인은 건물 지하 등으로 대피해야 한다. 차량은 멈춰야 하며, 지하철 승객은 역사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대만 정부는 이번 훈련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주민에게 미사일이 다가오고 있으니 즉시 대피하라는 문자 메시지도 전송할 예정이다.